직수 안 해도 젖병 써도 괜찮아
모유수유 왜 자연스럽게 안 되는 건데?
처음에 아기 기저귀를 갈던 순간이 기억난다.
조리원에서 아기 속싸개를 처음 풀었을 때 너무나 가녀린 아기의 몸, 부서질 것 같은 팔다리.
간신히 얼굴만 완성해서 나온 듯한 몸이 너무 가냘파서 어쩔 줄 몰랐을 그때.
아기 기저귀를 갈려면 아기 허리를 살짝 들어서 기저귀를 빼내고 다시 기저귀를 넣어야 하는데 아기 허리를 드는데 허리가 부러질까 봐 무서웠다.
아기를 낳기는 했는데 아무것도 몰랐다.
아기가 나왔으니 엄마가 되었는데도 놀라운 깨우침 이런 것은 없었다.
왜 아무것도 모르지?라는 놀라움만 있을 뿐이었다.
엄마라는 이름만 갖게 되었을 뿐.
모르는 건 초록창을 검색하고 유튜브를 뒤적이고 조리원 선생님들에게 물어봤다.
엄마가 되기 전과 후가 똑같았다. 나는 여전히 몰랐다.
엄마가 되면 당연히 모유수유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림택도 없는 소리.
엄청난 모유의 양이 무색하게 아기는 젖을 물지 못했다. 조리원 2주와 퇴소 후 2주 동안 어깨가 굽을 정도로 젖을 먹이려고 노력했는데도 아기는 젖을 물지 못했다.
오죽하면 나중에는 아기가 자는 척을 하더라. 배가 부를 리가 없는데 자길래 혹시나 싶어 젖병에 모유를 줬더니 허겁지겁 먹더라.
한 달간의 노력이 물거품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욕심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자괴감이 들었다.
오죽하면 신생아인 아기가 먹을 것을 포기하고 자는 척을 하겠나.
나는 직수를 포기하고 유축+분유 수유로 갈아탔다.
모유수유를 성공하기 위해 온갖 유튜브 영상, 조리원 선생님의 가르침, 초록창 검색 별 짓을 다 했는데도 결국 직수는 실패했다.
엄마는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었다.
임신과 출산은 몸이 해줬는데 육아는 정말 맨땅에 헤딩이었다.
나는 두려웠다.
가장 소중하고 연약한 존재인 아기에게
나의 무지로 인해해줘야 할 것을 못해주거나
알아채야 할 것을 알아채지 못해 아기에게 해를 끼칠까 봐 두려웠다.
그렇게 나는 어설픈 엄마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