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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근몬스터 Mar 06. 2022

영화 마케터로 살아가는 법

이런 분이라면 잘 하실 거예요

나는 올해로 경력 6년 차에 접어드는 영화 마케터다. 관련해서 무슨 글을 더 써야할지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영화 마케터로 일하고 싶은 사람'들이 궁금해 할 주제를 떠올렸다. "영화 마케터는 어떤 자질이 필요한가요?"라는 질문에 대해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답변을 써보자! 라고 말이다. (더불어 현재 이 업계에 종사하신 분들도 비슷한 생각이신지 궁금하기도 하고...)


본격적인 내용을 쓰기에 앞서 이 글은 지극히 주관적인 저와 제 주변 영화 마케터인(영화 마케터였던) 분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쓰여진 글이며, 절대적인 어떤 수치나 기준을 담은 글은 아님을 명확히 밝힌다. 또 저보다 훨씬 연차가 높거나, 다양한 일을 해보신 경력자 분들이 이 글을 보면 웃길 수도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제 기준으로 제가 겪었던 경험에서 기반한 글이기 때문에 가볍게(?) 봐주시면 감사하겠다. 반박시... 반박하는 분의 의견도 존중한다. (논쟁하고 싶지 않다는 뜻)




1. 손이 빨라야 한다.


"이건 모든 회사원/직장인의 숙명 아닌가요?"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정말 그렇기도 하지만, 영화 마케팅은 일반 마케팅과는 정말 다른 결의 마케팅을 진행하기 때문에 손이 느리다면 본인도, 그 주변 사람들도 굉장히 힘들 것이다.

일반적인 브랜딩 마케팅이라던지, 제품 등을 마케팅 할 때는 그 기간이 굉장히 긴 것으로 알고 있다. 짧으면 6개월, 길면 1년 넘게도. 하지만 영화는 정말 길게 마케팅하면 3개월이고, 짧게는 한 달 안에 끝나는 경우도 있다. 영화라는 컨텐츠의 특성상 개봉일이라는 명확한 날짜만 바라보고 마케팅을 진행하고, 영화가 엄청나게 흥행하지 않는 이상 개봉하고 나서 2주 정도 지나면 대부분의 마케팅이 정리된다. 이 말인 즉슨, 영화가 개봉하기 전 주요 마케팅을 진행하는 최소 1개월, 최대 2달 가량은 엄청나게 바쁘다는 뜻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영화 마케팅을 진행하면서 하는 업무들은 정해져 있지만 배우 컨디션, 행사, 시사회, 컨텐츠 등 기타 이슈가 자질구레하게 정말 많이 생기기 때문에 업데이트되는 컨디션에 따라 매ㅐㅐㅐㅐ우 급하게 처리해야하는 일이 많다. (좋게 말하면 유동성이 강하고, 나쁘게 말하면 주먹구구식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행사들은 인력이 넉넉하지 않고 본인이 한 개의 정해진 업무만 맡을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에 손이 느린 사람이 영화 마케팅 업무를 하게 된다면 꽤나 고생할 것이다.


2. 유행 트렌드에 민감해야한다.


이것 또한 모든 마케터들의 숙명이겠지만, 영화 마케터 또한 마찬가지다. 앞서 말한 것처럼 마케팅 기간이 짧기 때문에 마케팅 기간 동안 쉽게 말해서 '뽕을 뽑아야'한다. 특히 요즘은 SNS와 커뮤니티를 필두로 유행하는 트렌드라던지, 밈이라던지, 유튜버라던지, 챌린지라던지... 유행거리가 차고 넘친다. 그 속에서 우리 영화와 잘 맞을 거 같은 아이템들을 캐치해서 적용해보고 밈 같은 것들은 SNS 관리 시에 게재 문구로 활용하는 등... 다방면으로 트렌드를 알고 있어야 광고주도, 우리도 일을 하기에 편하다.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신입 사원 시절에는, 유행에 둔감한 상사들이 "이건 별로지 않아?"라는 식으로 의견을 내면 별 토도 달지 못하고 속으로 꿍얼거리며 그 말에 따랐다. 하지만 그게 능사가 아니라는 걸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달았고, 지금은 그래도 연차가 좀 찼답시고 그런 말에 순순히 고분고분하게 따르지 않는다. "그거 요즘에 유행 아닌데요...?" "요즘에 20대들은 0000거 좋아하지 그런 거 별로 안 좋아하던데요?"

평소에 다양한 트렌드를 놓치지 않기 위해 여러가지의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SNS 둘러보기나 커뮤니티 등도 틈틈이 확인하는 탓에 내 주장에 확신을 가지고 말하게 되었다. 그렇다보니 상사들도 업무할 때 나에게 크게 태클을 걸지 않게 되었고 걸더라도 내 주장이 맞다 싶으면 금세 수긍하곤 했다.


3. 대화와 전화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자꾸 어떻게 보면 당연한 직장인의 숙명을 말해서 민망한 기분이지만... 이것 또한 정말 맞는 말이라서 빼먹을 수가 없었다. 이 또한 다른 분야의 마케터들도 마찬가지라 생각되지만, 얽힌 사람들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과 매일 매일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살아야 한다. 광고주부터 홍보사, 포스터사, 예고편사 같은 업체도 있고 바이럴 컨텐츠나 프로모션 제작시 해당 매체의 담당자들 등 다른 외부 사람과 업무를 해야하는 경우는 차고 넘친다. 이런 과정에서 새로운 사람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을 힘들어 한다면, 아마 일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나 또한 원래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에다가 내향성이 강한 사람인데,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거나 전화가 오는 것을 굉장히 싫어했다. 내 자리의 내선 전화가 울리면 심장부터 빠르게 뛰었다. 지금도 솔직히 아예 아무렇지는 않지만 내성이 생겨서 굉장히 나아졌고, 오랜만에 아는 담당자와 전화를 하게 될 때면 "정말 오랜만이에요!"라는 가벼운 인사 정도는 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4. 야근과 주말 근무를 각오해야 한다.


 업계에서 일하면서 야근과 주말 근무를  번도 해보지 않았다는 사람은  적이 없다.  정도로 영화 마케팅은 야근과 주말 근무가 당연하게 따라오는 곳이다. 사실 이걸 당연하게 여기면  되는 거긴 하지만, 나는 작년 중순까지  한번도 야근 수당을 받은 적이 없었다. 물론 챙겨주는 회사들도 많겠지만 내가 다녔던 곳과 다니고 있는 곳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업무량을 차치하고서라도, 영화 컨텐츠의 특성상 항상 야근과 주말 근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보통 시사회의 경우는 평일 저녁 시간대에 진행한다. 빠르면 6시 30분, 늦으면 8시 시작하는데 이미 시작하고 티켓을 배부하는 순간부터 야근이 시작되고, 가끔은 시사회 끝나고 나서 관객 대상으로 이벤트를 진행하거나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자리를 끝까지 지켜야 할 때도 있다.

또한 한국 영화 마케팅시 배우 스케줄이 저녁밖에 되지 않는다면 그 시간에 당연히 맞춰서 행사나 촬영이 진행될 수밖에 없고 주말에 무대인사를 진행한다면 또 해당 행사에 맞춰서 주말에 업무를 해야한다. 그 밖에도 성수기 시즌에 담당 영화가 몰리거나 하게 된다면 업무들은 배가 되어서 절대 9-6 근무 시간 안에 끝낼 수 없게 되버린다. 소위 '업무 시간' 안에는 다른 대행사나 광고주와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일들을 처리하고, 저녁부터는 또 나 혼자 해야하는 업무를 처리해야지만 정상적으로 일 처리가 가능하다. 정말 짜증나지 않을 수가 없다.

난 워라밸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고 단 1분 1초의 야근과 주말근무는 인생에서 허락할 수 없어! 하는 분들은 영화 마케팅을 피하시길 바란다.




막상 적고 보니 특별한 것은 없는 거 같지만, 그래도 궁금하셨던 분들이 있으시다면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본문에 적진 않았지만 영화나 콘텐츠를 사랑하고, 관심 있는 사람이 업무를 하기에 수월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이 업무를 하다보면 그 마음이 싹 식을 수도 있는 부작용도 생긴다. 그러니 영화가 좋다면 사실 스크린에서만 보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나는 오늘 또 되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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