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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진킴 Aug 23. 2021

벼락치기 인간이 살아가는 법

<마감>

마감, 정해진 기한의 끝. 다른 단어로는 데드라인, 제출 기한 정도가 있을 거다. 그리고 이 데드라인을 두고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바로 나 같은 벼락치기 인간들이다. 


이런 벼락치기 인간이 번듯한 사회인이 되는 게, 쉬울 듯 쉽지가 않았다. 그래서 그동안 겪었던 벼락치기 인간의 소소한 지혜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1. 일단 마감을 만들어라.


사실 마감이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편에 가깝다. 벼락치기 인간들에게 마감은 숨통을 죄어오는 사슬이자, 그나마 스스로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다.

시간이 날 때 포트폴리오를 업데이트한다? 나는 일단 타 회사의 공고의 마감일부터 본다. 그러고 나면 포트폴리오를 완성해야 하는 당위성이 생기니까. 자기 계발을 위해 영어 공부를 한다? 나는 일단 토익이든 토플이든 시험부터 결제하고 본다. 나는 돈은 지불했고, 시험이라는 마감일이 생겼고, 그렇다면 나는 기꺼이 좋은 점수를 얻어야만 한다.

내가 선누와 붑과 함께 글을 쓰고 있는 것도 이와 비슷한 이유였다. 글쓰기 근육을 키워야 하는데, 혼자서는 도저히 써지지가 않는 거다. 그래서 은근슬쩍 '보통의 매거진'에 합류했고, 2주에 한 번씩 마감일을 앞두고 열심히 글을 쓴다. 매번 마감에 쫓기는 건 힘들지만, 그래도 남는 건 있으니 이 정도면 쫓길 만하다.




2. 매일을 마감날로 살아보자.


벼락치기 인간들의 나날들은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마감일, 마감 직전, 그리고 그렇지 않은 나날들. 

보통 벼락치기 인간들은 데드라인 직전까지 미루고 또 미루다가,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마감기한을 어길 것 같은 그 아슬아슬한 순간에 일을 시작해, 가진 집중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일을 마무리한다. 

그런데, 이 버릇이 회사에선 전혀 통할 수가 없더라고. 회사는 정해진 업무시간이 있고, 그 시간을 활용해야 했으니까. 고치려고 노력도 해봤는데, 사실 20년이 넘도록 쌓아온 습관이라 잘 고쳐지지가 않더라. 

그래서 나는 다른 전략을 세웠다. 일을 최대한 촘촘하게 나누고, 그 단계별로 마감일을 최대한 타이트하게 정하는 거다. 그리고 동료들에게 내 마감일을 공유한다. 그러면 나는 그 작은 마감들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해야 한다. 거의 모든 나날을 마감 직전과 마감일로 지내는 거다. 

동료들이 보면 나는 그냥 '일'을 하고 있는 거겠지만, 나는 매일을 작은 마감들에 쫓기고 있는 중이다. 마음속이 늘 시끄럽다. 



3. 때로는 마감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나의 경우, 시험을 잘 보는 편이다. 데드라인이 닥쳐오면 이해가 되든 말든 일단 머릿속에 다 집어넣고 본다. 그 순간만큼은 집중력이 최고조로 달해 있기에 머릿속에 모든 정보가 생생하다. 하지만 시험이 끝나면? 내 머릿속은 하얀 백지장이 된다.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좋은 점수는 남았으나, 그게 끝이다. 

학교에 다닐 땐 이런 마인드로 살아도 별 문제가 없었다. 대부분은 시험의 연속이었으니. 하지만, 회사를 다니니 그게 아니더라. 닥쳐서 할 수 있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이 있었다. 이걸 잘 구분해서 적당한 태도를 취하는 게 중요했다.

동료와의 관계 혹은 협업이 많은 일들은 흐르는 시간이 켜켜이 쌓여 그것이 성과로 돌아오곤 했다. 꾸준히 일정한 힘으로 밀고 나가는 게 중요할 때가 있다. 그래서, 벼락치기로 통하지 않는 일도 많다는 걸 늘 인지하고 있는 게 필요하다.




나는 언제쯤 벼락치기를 하지 않을까 생각해봤는데, 나는 그냥 평생 이렇게 살 것 같다. 하다가 지쳐서 나가떨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그래서 오늘도 무언가에 쫓기듯 이 글의 마감을 했고, (30분 전에 마감했는데, 이 정도면 굉장히 수월한 편이다. 보통은 3분 혹은 2분 전 11시 58분쯤 글을 올린다.) 또다시 한 편의 글이 내게 남았다. 2주 뒤에 보자, 마감아.


+ 애진작에 마감을 마친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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