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덕질중] 딸 이름보다 최애이름이 먼저 나온다
퇴근 후 저녁을 먹고 있는데, 엄마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딸, 저번에 말한 영웅이 패키지 주문했나?
내가 알기론 그 패키지 상품의 오픈은 오후 6시였다. 나는 저녁을 먹고 있었고, 그렇지 않아도 저녁을 다 먹고서 주문해주려 했는데 꼭 이렇게 전화를 걸다니. 역시나 나의 서프라이즈보다는 엄마의 덕심이 한 발 빨랐다.
나 저녁 다 먹고 주문하려고 했는데 ㅋㅋ
응. 품절되기 전에 빨리 신청해라~
알았어~
아빠가 전화 바꿔달래.
다음 말은 아빠가 받았다.
딸! 엄마 요즘 임영웅 때문에 난리다.
ㅋㅋㅋㅋ아빠~ 엄마 요즘 난리도 아니에요.
그러니까. 아빠 오랜만에 왔는데 반갑지도 않은갑다.
ㅋㅋ 아빠도 좋아하는 가수 만들어~
됐다. 아빠는 그냥 김민진 좋아할란다~ 딸, 잘 지내제?
안부를 이제야 묻네ㅋㅋ 아빠랑 엄마 둘 다 잘 있죠?
임영웅에게 밀려 뒷전이 된 우리의 안부는, 용건을 다 나눈 후에야 나누게 되었다.
다음날 아침, 엄마에게 또 전화가 걸려왔다. 이번엔 뭘까?
딸, 엄마한테 전화 한번만 해봐.
오, 첫 인사가 신선하다. 본인이 전화 걸어놓고 나에게 전화를 하라고 하다니. 이건 무슨 상황인가.
엄마 컬러링 바꿨는데 한 번 전화해봐.
또 임영웅씨야?ㅋㅋ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컬러링이 그대로다.
컬러링 그대로야.
그래? 아직 안 바뀌었나.. 근데 컬러링은 니가 전화 걸 때 듣는 노래지? 내 전화 울리면 나오는 건 뭐라하지?
ㅋㅋㅋ그건 벨소리지
어 그래. 벨소리. 그걸 바꿔야겠다. 잠시만
엄마는 갑자기 전화를 끊어버렸고 1분 있다가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다시 전화 걸어봐.
"다시 전화 걸어봐."라는 한마디를 하기 위해 10초짜리 통화를 하다니. 이런 말은 카톡으로 해도 되지 않을까? 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
됐어?
어. 이제 바뀌었네~
근데 엄마.
왜?
이런걸로 전화 할 땐, 그래도 내 안부를 먼저 물어야 되는거 아니가?ㅋㅋ
아맞네. 밥 먹었나?
그제서야 튀어나오는 '밥 먹었냐'는 물음이 이렇게 어색할 수가 없다.
그래도 기분이 좋다. 엄마가 무언가에 빠져 저렇게 열성적으로 변한 모습은 이제껏 봐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 안부가 잠시 뒷전으로 밀려나면 어때. 멀쩡히 전화 받으면 잘 있는거지. 그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