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없는 이들이 숲에서 발견한 미래

제 30회 부산국제영화제 <산양들>

by 손민지


목표나 꿈이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영화는 ‘미래에 관한 생각’을 쓰는 과제에 백지를 낸 고3 인혜, 서희, 정애, 수민을 따라간다.


인혜는 학교 사육장에서 닭과 오리를 돌보는 것 외에는 매사에 심드렁하다. 마찬가지로 인혜의 주변 사람들 또한 인혜에게 별로 관심이 없다. 먹고사는 일에 바쁜 부모님, 인혜와의 연애 사실을 숨기는 남자친구 찬영과의 관계 속에서 인혜는 제대로 된 감정 교류를 하지 못한다. 속을 알 수 없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 인혜는 타임지 표지를 장식하는 유명인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인혜는 어떤 유명인이 되고 싶은지도 모를 정도로 자기 자신을 모른다.


인혜가 우연히 도로에서 샛길을 발견하고, 드넓은 숲을 찾아내어 유토피아를 건설하는 것은 기존의 관계망을 벗어나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계기가 된다. 학교 사육장이 폐쇄될 위기에 처하자 인혜는 동물들을 숲으로 데려가고, 그 과정에서 친구들이 하나둘 합류한다. 그들은 자신들을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산양들’이라고 부르고, 산양력을 만들어 기록한다. 가족과 남자친구 앞에서 늘 주눅 들어 있던 인혜는 용감한 행동으로 산양들의 리더가 되고, 오리를 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한다.


한편 영화는 조류 독감 유행으로 끔찍한 방식으로 대량 폐사되는 닭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햄버거와 패딩으로 변형된 동물들을 담으며 ‘이름 있는’ 오리와 ‘이름 없는’조류를 대비시킨다. 인간에 의해 살해되는 동물과 인혜가 이름을 붙여준 동물은 과연 어떻게 다른 것일까.


갇혀서 나는 법을 알지 못했던 오리 ‘희선’처럼, 학교 안에서 꿈을 찾을 수 없었던 네 친구들은 돌봄과 연대를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찾아간다. 고3이 끝나면 우리는 모두 어디로 가는 것일까. 대학에 가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막연한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하는 고3의 마지막 계절의 모험을 통해 학교 밖에서의 생존 가능성을 시험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우리는 자신을 의심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