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0회 부산국제영화제 <단지, 우리가 잠시 머무는 곳>
이번 부국제에서 보고 굉장히 여운이 남았던 영화. 다큐멘터리 속 활동가들이 꼭 영화 캐릭터처럼 느껴지고 정들어버렸다. 돌보는 사람에게도 돌봄이 필요하다는 것,우리는 모두 돌봄의 스펙트럼안에 있다. 영화가 끝나고 나면 그들이 무슨 선택을 하든 저절로 응원하게 된다..
영화 <단지, 우리가 잠시 머무는 곳>은 한평생 좁은 철창 안에 웅담 채취용으로 사육되던 곰의 모습을 비추며 시작된다. 철창 속에서 반복적으로 왔다 갔다 하며 정형 행동을 하던 곰들이 구조되어 옮겨진 곳은 강원도 화천에 위치한 곰보금자리 프로젝트의 생츄어리다. 땅 한번 밟아보지 못한 곰들은 갑작스레 주어진 자유 앞에서 한 발짝 떼기조차 망설인다.
이렇게 영화는 곰들에게 포커스를 맞추는가 싶더니, 이내 곧 곰을 돌보는 90년대생 여자 활동가들에게로 시선을 옮겨간다. 열세 마리의 곰, 90년대생 여자 넷, 강원도 화천이라는 지역. 이렇게 이질적인 세 단어가 엮이며 영화는 우리를 기존의 삶의 반경 너머로 훌쩍 데려가버린다.
노인 인구가 대부분인 강원도 깊숙한 산골짜기, 고된 노동, 활동가라는 직업의 불안정함은 여성 청년으로서의 경로로서는 이례적이다. 그들은 자신이 몸담은 단체가 도대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을 던지고, 화천에서의 삶의 지속성에 대해 묻는다. 활동가들의 대화 속에는 ‘화천’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화천에 남을 것인지, 혹은 구례에 생길 곰 생츄어리로 갈 수 있을지, 아니면 아예 다른 도시로 떠날 것인지. 고민은 간단하지 않다. 아라는 본가에 있는 반려동물이 마음에 걸리고, 민재는 활동가라는 직업을 지속하는 것에 확신이 없다.
그러나 재미있는 점은, 생츄어리에서의 활동가들이 꽤나 즐거워 보인다는 것이다. 손수레 가득 밥을 나르고, 물 새는 건물을 직접 고치고, 무거운 볕 짚을 갈아주고, 때로는 위험한 상황을 감수해야 하는 고된 노동 속에서도 그들은 끊임없이 사소한 농담을 주고받는다. 민재는 활동가들의 유대를 곰이 합사 하는 과정에 빗대어 표현한다. 그 과정은 장난인지 다툼인지 구분이 안 가지만 때로는 참아주고, 기다려주며 서로에게 뒤섞여 가는 일이다.
영화는 생츄어리의 곰을 돌보는 여성 청년들을 통해 그들이 몸담은 화천이라는 지역의 특수성, 활동가라는 직업의 불안정함, 그리고 돌봄의 의미를 들여다본다. 활동가 일을 그만뒀다가도 다시 돌아오고, 대학원에 다니며 또다시 퇴사를 꿈꾸는 민재의 모습은 끊임없이 경로를 수정할 수밖에 없는 청년의 현실을 비춘다. 우리는 어떻게 자신을 의심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을까. 비영리 활동은, 돌봄은, 소동물이 아닌 곰을 수용하는 생츄어리는 어떻게 지속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