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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놀 Dec 17. 2021

카프카의 생각 '밥과 글'

『카프카의 생각』프란츠 카프카, 세계명작 읽기 모임 엮음, 힘찬북

   

어쩔 수 없는 것은 봄날의 곳간, 봄날의 폐병 환자 (11)       

   

카프카의 잠언집을 엮은『카프카의 생각』 1부의 첫 문장이다.

가슴이 먹먹했다. 이 한 문장이 나를 슬프게 한다.

봄날의 곳간, 아름다운 봄날, 곳간, 어쩔 수 없는 것.

흩날리는 꽃가루 속에서도 사람은 그날의 ‘밥’이 필요하지 않던가.

김훈의 『밥벌이의 지겨움』에 등장하는 잊을 수 없던 문장 “밥에는 대책이 없다.”였다.

죽는 날까지 때가 되면 반드시 먹어야 하는 ‘밥’ 말이다.

카프카의 봄날의 곳간이 슬픈 이유도 같다.

‘어쩔 수 없는 것’은 매일의 ‘밥’과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왔던 그의 무거운 어깨, 거인처럼 서서 그를 짓눌렀던 그의 아버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을 때까지 그를 지켰던 글쓰기의 열정.

‘곳간과 폐병’은 그에게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글을 썼다.

그가 바랐던 것은 글을 쓸 시간이었다. 그는 글 쓰는 일에 지장만 없다면 어떤 직업이든 상관없다는 생각이었다. 밥의 곳간을 채우면서 정신의 곳간을 채워나갈 수만 있다면 만족했던 것이다. 그가 고민한 것은 늘 한 가지다. 직업과 작가로서의 생활을 어떻게 양립할 수 있는가의 문제였다. 그가 가족의 부양과 직장의 의무에서 벗어난 것은 폐결핵 진단을 받고 요양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다. 실제로 그 시기 가장 많은 작품을 썼다.      


나에게도 채워야 할 곳간이 있다.

겨울날의 곳간, ‘밥’을 줄이고 ‘글’을 늘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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