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는 것’은 매일의 ‘밥’과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왔던 그의 무거운 어깨, 거인처럼 서서 그를 짓눌렀던 그의 아버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을 때까지 그를 지켰던 글쓰기의 열정.
‘곳간과 폐병’은 그에게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글을 썼다.
그가 바랐던 것은 글을 쓸 시간이었다. 그는 글 쓰는 일에 지장만 없다면 어떤 직업이든 상관없다는 생각이었다. 밥의 곳간을 채우면서 정신의 곳간을 채워나갈 수만 있다면 만족했던 것이다. 그가 고민한 것은 늘 한 가지다. 직업과 작가로서의 생활을 어떻게 양립할 수 있는가의 문제였다. 그가 가족의 부양과 직장의 의무에서 벗어난 것은 폐결핵 진단을 받고 요양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다. 실제로 그 시기 가장 많은 작품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