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침놀 Dec 25. 2021

기억의 색깔

 옥희 이야기


기억의 색깔

-크리스마스이브에 만난 남자

    

    

그녀, 신호등 앞에 서 있어요

망설임과 기대감 

반반의 몸짓으로 횡단보도를 건너요

저녁은 몇 잎의 홍차처럼 담겨

어둠에 녹고 있어요

흩어지는 향기

스쳐가는 숨소리

주머니 속에서 흘러나온듯한 웃음소리

불빛들이 비누 방울처럼 떠도는 저녁이에요    


기억은, 너무 예민한 색깔이지요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그가 어색하게 손을 들어요

오랜만 

그러게

스쳐가는 미소의 끝을 조심스럽게 살피지요

얼그레이?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에게

찻잔의 손잡이를 왼쪽으로 돌려주는 그

이젠 오른쪽도 괜찮아

다시 찻잔을 돌리는 그녀     


예민했던 그녀

허탈했던 그가

저녁의 느슨함과 마흔을 넘어선 지 좀 된

그 사이에 피어 숙성된 향기처럼

사나웠던 달콤함을 품은 채     

오래도록 앉아 있었어요               

작가의 이전글 계단의 재발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