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자 이야기
점순 씨의 집은 북향이다
나의 집도 점순 씨와 나란하다
점순 씨와 나는 북쪽으로 난 창을 통해
푸른 이끼와 사람을 피해 자라나는 풀을 보며
모닝커피를 마신다
점순 씨는 카페인도 없다는 덤덤한 커피믹스를
나는 공유가 늘 마실 것만 같은 카누를
이사 온 첫날,
북향집은 조용해
햇빛이 뭐 좋아? 늦잠도 못 자고
북향은 잠자기 좋아
점순 씨는 묻지도 않고
우리 집 현관에 코뚜레를 걸어 주었다
오메가Ω가 공손하게 손을 포갠 것 같은 모양이 좋았다
끝까지 나를 지켜주려나?
할머니가 남겨준 명자나무 집을 팔아
붉은 벽돌이라 튼튼하다는 장미빌라 전세에 털어 붓고
밤마다 명자나무 꿈을 꾸는 나를
코뚜레가 점순 씨를 지켜준 방식으로
나의 꿈도 지켜 주리라
점순 씨가 집을 고르는 방식
점순 씨가 늙지 않는 방식
무엇보다 점순 씨가 코뚜레를 나누는 방식으로
코뚜레는 나를 지켜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