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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놀 Aug 13. 2021

보석처럼 서서히

짧은 생각  #7





공룡알 화석을 보러 갔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쥐라기 공원>에서 숨죽이고 봤던 공룡들의 알을 보는 기분이라니.

백악기의 땅을 딛고 서 있는 느낌이다.

화석이 발견된 지층 앞에 서서 잠시 백악기로 돌아가 본다.

우리에게 너무 낮 선 이국적인 풍경의 갈대밭에서 그 순간들을 떠올리고 있었다.

백악기의 지구 환경을 상상해봐. 트라이아스기에 생물이 물에서 태어났다는 기록을 보면 물이 많았을 것이다. 바닷가에 먹이활동을 했을 것이고, 

어느 날 집채 만한 흙들이 밀려와 꼼짝없이 일만 년을 여기서 잠들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화석이 되려면 죽은 뒤 바로 흙이 덮쳐야 한다. 

그날, 지구에서는 아마도 많은 동물들이 흙에 파묻혀 꼼짝없이 갇혀있었을 것이다.

보석이 되는 것처럼 서서히.     

공룡알을 처음 본 것도 아닌데. 

그곳에서 유난스레 과거의 모습들이 궁금해지는 것은 갈대밭이 펼쳐진 주변 풍광이 한몫을 한 것 같다. 




그리고 문득 “사람은 어떻게 화석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물었던 니체의 물음이 생각났다.

 “보석처럼 서서히, 서서히 단단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영원의 기쁨을 즐기며 조용히 머물러 있다.”(아침놀, 니체)

보석처럼 서서히, 서서히, 단단하게.

서서히 단단하게 보석처럼 되면, 마지막에는 영원의 기쁨을 즐기며 조용히 머물러 있게 되고 그것이 화석으로서의 삶이 될 것이다.

그런데 화석이 된 채로 삶을 살 수 있는 것인가.

화석의 삶은 살아있는 삶도 죽은 삶도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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