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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놀 Nov 16. 2021

술빵

 옥희 이야기

술빵     



달도 밝았지

툇마루에 누워있으면

막걸리 냄새에 저절로 취했어

부풀어라, 부풀어라, 부풀어라

나와 동생이 헬멧처럼 머리에 쓰면 딱 맞을

양은 다라에 막걸리를 듬뿍 먹은 밀가루가

취해서 코를 골고 있었거든

부풀어라, 부풀어라, 부풀어라

다라 위에 덮어 씌운 베보자기 사이로

부풀어 오르는 반죽처럼

내 마음도 부풀고, 부풀고, 부풀었지    

 

밤새 부풀어 술빵이 되고 싶었어   

  

술은 마셨지만 취하지 않는 술빵

취하지 않아도 술맛을 내는 술빵

식어도 술맛은 그대로인 술빵

만만해서 나눠 먹기 좋은 술빵

중독돼도 걱정 없는 술빵

겉은 매끈해도 속은 구멍이 숭숭한


술빵이 되고 싶었어     


술빵 얘기 더 해줘

동생은 술빵 얘길 좋아해

툇마루에 누워

밤새 이야기했지

  

달도 밝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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