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자 이야기
기울기는 사양할래
제발, 숨 막혀
배경 없는 길을 걷는 것쯤은
괜찮아, 인생이 날마다 새로우면 500년쯤 살겠다
그래도 배꼽은 위로 올려
가슴은 펴고,
뒷목은 길게 뽑아
괜찮아, 자세가 미모를 만든다면 500년쯤 살겠다
빗줄기를 만날 염려도
눈이 내릴 확률도
우박이나 천둥에 놀랄 확률도 0%
그러니까 계속 뛰어
알아, 우연은 필연에 앞서지 않아 500년쯤 살아도
차라리 장대를 들고
달에 오를래
침묵의 바다쯤 쿵 떨어져
가볍게 살고 싶어
알아, 달이 벌써 등 돌리고 어둠 속에 숨은 거
그러니까… 뛰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