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희 이야기
월요일이 청구서를 보냈다
애벌레처럼 동글동글한 몸매에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청구서를 내밀고
사인을 해달란다
웃었다
‘느긋하게’?
뭐라니, 하면서도
사용해 보기로 한다
느긋하게 먹고 마시고 걸었다
느긋하게 컴퓨터를 켜고
느긋하게 스트레칭을 하며
일을 시작했다
‘느긋하게’가 점. 점 맘에 들었다
월요일에게 문자 했다
느긋하게
화요일엔 무엇을 청구할 거냐고
화요일엔 '곰곰이'
수요일엔 '독창적으로'
목요일엔 '쉽게'
금요일엔 '수수께끼 풀듯'
토요일엔 '늘어지게'
‘좋아요’를 눌렀다
느긋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