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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서울 국제 도서전에 다녀왔습니다.

단상_2

by 미오

서울 국제 도서전에 다녀왔습니다. 매번 가야지 생각만 하고 번번이 못 갔었는데 이번엔 정말 마음먹고 다녀왔습니다. 서울 국제 도서전이 열린 첫날! 연차를 쓰고 코엑스로 향했습니다.

시작 전부터 줄이 엄청나다는 글을 봐서 겁이 났지만, 오픈런을 할 체력은 아니라서 점심시간이 지나 도착했더니 다행히 대기줄 없이 바로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전시관 안으로 들어서자 공기부터 확- 달라지는 기분이었어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뿜어내는 즐거운 에너지가 전시장 안을 꽉 채우고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내적친분 넘치는 흐름출판!
단연코 특별했던 팔순 잔치, 현암사!
창비와 김영사, 줄이 너무 길고 관람객분들이 많아서 멀리서 바라보는 걸로 만족 ㅠㅠ


정말 많은 출판사 부스들 중에서 어디에 먼저 들어가야 할지 몰라서 우선 발길 닿는 대로 마구 전시장을 돌아다녔습니다. 낯익고 (내적 친분으로 혼자) 반가운 출판사 부스들을 구경하고 대형 출판사의 멋진 부스들도 구경하다 보니 시간이 정말 훌쩍 가더라고요. 워낙 유명한 대형 출판사 부스들은 줄이 너무 길어서 멀리서 보는 걸로 만족하는 하고 포기했습니다. 다녀와보니 을유문화사 부스를 못 다녀와서 조금 아쉽기도 하네요.


대만 여행을 다녀온 기분! 즐거웠던 대만 감성 :)


이번 도서전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스는 서울 국제 도서전의 주빈, 타이완 부스였습니다.

대만감성이라는 주제로 차려진 부스에서 대만 감성 도장 여권에 도장을 찍으며 참여하는 형식이었어요.

대만의 문화와 문학, 자연과 사람까지 두루 알아볼 수 있었고 쉽게 접할 수 없는 대만의 문학과 그림책들도 전시하고 있어 더 흥미로웠습니다.

한참을 대만 부스에서 머물고 있었는데 갑자기 몰려드는 인파에 뭐지? 하고 둘러보니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 분이 오셨더라고요. 이번 도서전에 평산책방 지기로 참여하신다는 기사를 보긴 했는데 이렇게 뵙게 될 줄이야, 반갑고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대만 부스에서 마음에 드는 책을 한 권 골랐지만 판매하지 않는다고 해서 아쉬운 마음에 인터넷에서 구매를 해볼까 하고 책바구니에 담다가 생각해 보니 여기가 도서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혹시 이 출판사 부스가 있다면 책이 있지 않을까? 어디 출판사였더라?

급하게 도서전 팸플릿을 펼쳐 출판사 이름을 찾았봤습니다.

움, 움직, 움직씨! 있다!


처음 읽는 대만 문학! 기대된다


신나는 마음으로 찾아 간 움직씨 출판사 부스에서 제가 골랐던 책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제가 고른 책은 대만 대항 문학의 아이콘이자 천재 작가로 알려진 추먀오진의 대표 장편 소설 <악어노트>입니다. 대만 퀴어 문학을 이끈 작품으로 대만의 다양한 인간 군상을 통해 깊은 사유를 할 수 있는 책이라고 부스 관계자분께서 친절하게 책 소개도 해주셨어요. (알고 보니 출판사 대표셨던!) 설명까지 듣고 나니 이 책이 더 궁금해졌습니다. 처음 읽는 대만 문학, 기대됩니다!


파란 눈, 금발 머리의 제주도민 내외분들이 반겨주는 차이콥스키 부스:)


책을 사고 다시 부스들을 구경하다가 그림이 너무 마음에 드는 그림책 부스 앞에 멈췄습니다.

제주를 배경으로 한 그림책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는데요 한참 책을 보고 있는데 뒤에서 인사를 해오시는 외국인 남성분이 계셨어요.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네어준 분은 바로 출판사 사장님이셨습니다. 그리고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아내고 계신 분은 니카 차이코프스카야 작가님, 두 분은 부부시고 지금은 제주도에 정착해 살고 계신다고 하시더라고요. 러시아와 벨라루스에서 오셨다고 하시면서 아름다운 제주를 떠날 생각이 없다고 하시던 사장님 모습이 내내 생각 날 것 같아요. 그래서 두분의 이름을 딴 출판사 이름은 Tchaikovsky Family Book.


제주의 아름다움을 담아낸 <해녀리나>


유창한 사장님의 한국어 실력과 엄청난 홍보력, 무엇보다 예쁜 그림에 마음을 빼앗겨 1권을 살까 하다가 3권을 모두 구매했습니다. 전권을 사서 책갈피와 컬러링북도 선물로 주셨어요.

<해녀리나>는 해녀 할머니가 바닷속에서 물질을 하는 모습이 마치 발레리나를 떠오르게 해 지어진 제목입니다. 해녀+발레리나= 해녀리나! 이 책은 연작으로 제주의 바다, 자연, 돌을 주제로 해녀 할머니의 삶을 담아낸 작품입니다. 제주의 풍경을 느끼고 싶을 때마다 펼쳐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도서전의 장점은 몰랐던 작은 출판사들의 숨어 있는 보석 같은 작품들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 아닐까요?

부스에서 편집자분들이나 작가분들을 직접 만나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작품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물어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도 도서전만이 가진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약간의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이번 서울국제도서전은 시작 전부터 그 인기를 실감하게 했는데요 얼리버드 티켓 판매 단계에서 모두 매진이 된 것이죠. 그로 인해 일반 예매와 현장 판매를 하지 않는다는 주최 측의 대처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었습니다. 내년엔 조금 더 많은 관객들이 편하게 도서전을 찾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기를 바라봅니다.

2025년에도 책을 읽는 우리는 서로의 믿을 구석


2025 서울 국제 도서전은 <믿을 구석>이라는 주제를 내걸었습니다. 바쁘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잠시라도 쉬어 가는 시간을 마련해 주고, 복잡한 생각과 마음을 정리해 주는 우리의 든든한 믿을 구석, 책.

요즘도 책을 읽는 사람이 있어?라고 되묻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직도 있습니다. 그것도 많이. 아주 많이.


책을 읽고 책으로 위안을 얻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은 서로에게 믿을 구석이 됩니다.

도서전 안에 흐르던 보이지 않는 느슨한 연대로 뭉친 책을 읽고, 책을 만드는 서로가 있는 한,

우리는 서로의 든든한 믿을 구석으로 함께 할 것입니다.

서로를 배려하는 모두가 친절했고 모두가 즐거웠던 2025 서울 국제 도서전.

내년에 더 좋은 모습으로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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