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어떻게 민주주의를 배신하는가>신디L.스캐치 / 위즈덤 하우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헌법 정신에 기초를 두는 입헌 민주주의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진 삶의 질서이다. 지금껏 한 번도 헌법을 왜 중요한지, 법을 왜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반론을 생각해 본 적 없었다.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헌법과 법은 당연히 지켜야 하며 모두에게 이로운 정의라고 배워왔기 때문이다.
법학자인 저자 신디 L. 스캐치의 <법은 어떻게 민주주의를 배신하는가>는 독자에게 이렇게 당연하게 여겨온 헌법의 권위와 민주주의를 앞세워 권력을 유지하는 이들에게 나의 권리를 위임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에 대한 심도 깊은 질문을 던진다.
오랜 시간 법학자로 살아온 저자의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헌법과 민주주의에 대한 실효성이 과연 지금도 유효한지 묻는 질문에 선뜻 당연히 유효하다는 답변을 내놓기가 어려운 실상이다. 우리는 민주주의로 선출된 자들이 권력을 누리고, 그 권력을 휘둘러 비리를 저지르고, 심지어 자신들을 뽑아 준 국민의 삶을 위협하는 장면을 똑똑히 보았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지금의 헌법과 민주주의는 정말 국민의 것인가?
그럼 민주주의가 아닌, 왕정이나 독재로 돌아가자는 것이냐라고 묻는다면 절대 그렇지 않다.
저자는 선출된 권력자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지금의 시스템을 벗어나, 권력의 주인인 행동하는 시민의 민주주의를 실현하자고 말하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행동하는 시민을 만드는 6가지 수칙은 지금의 우리가 마주한 상황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제시한다. 6가지 수칙을 읽다 보면 너무 유토피아를 꿈꾸는 이상적이고 낙관적인 생각이 아닐까, 과연 실현될 가능성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계속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독자의 의문에 대해 저자는 이미 세계 곳곳에서 행동하고 실현하는 시민들이 이뤄낸 성과를 예로 들며, 우리가 함께 변화를 일으키고자 한다면, 세상은 조금씩 나아질 것이며 우리가 아닌 다음 세대를 위한 준비를 지금부터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지난겨울 행동하는 시민의 민주주의를 이미 경험했다.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응원봉을 손에 들고 광장으로 모인 수많은 시민들이 우리의 민주주의이다.
하지만 아직도 법과 민주주의라는 미명 아래 보호를 받으며 목소리를 내는 내란 우두머리와 동조자들을 처벌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그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행위에 대한 반성은 하지 않고, 법에서 그 정당성을 찾으려 혈안인 듯하다. 헌법을 지키지 않은 자들이 법을 운운하며 유린하는 모습을 두고 볼 수밖에 없다니 답답한 노릇이다.
우리의 시민성은 광장을 향해 나아가고 연대를 통해 더 멀리 내다보는 시야를 갖게 되었다. 지금 우리의 민주주의는 앞으로 함께 더 나아갈 것인지, 다시 퇴행할 것인지 기로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과연 어떤 선택이 옳은 지, 우리는 모른다.
그저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국민이 주인이 되는 시민의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선택에 이 책 <헌법은 어떻게 민주주의를 배신하는가>는 방향을 알려주는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좋은 책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