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고 모두가 공범이었다
프롤로그
― 그리고 모두가 공범이었다
13인의아이가도로로질주하오.
(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
제1의 아이가무섭다고그러오.
제2의아이도무섭다고그러오.
제3의아이도무섭다고그러오.
제4의아이도무섭다고그러오.
제5의아이도무섭다고그러오.
제6의아이도무섭다고그러오.
제7의아이도무섭다고그러오.
제8의아이도무섭다고그러오.
제9의아이도무섭다고그러오.
제10의아이도무섭다고그러오.
제11의아이가무섭다고그러오.
제12의아이도무섭다고그러오.
제13의아이도무섭다고그러오.
13인의아이는무서운아이와무서워하는아이와그렇게뿐이모였소.
(다른사정은없는것이차라리나았소.)
그중에1인의아이가무서운아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이가무서운아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이가무서워하는아이라도좋소.
그중에1인의아이가무서워하는아이라도좋소.
(길은뚫린골목이라도적당하오.)
13인의아이가도로로질주하지아니하여도좋소.
– 이상, 오감도(烏瞰圖) 전문
그날, 이 도시에서 가장 먼저 사라진 것은 사람이 아니었다. 말이었다.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무엇이 잘못되고 있는지, 어디서 균열이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그 균열이 결국 누군가의 죽음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그러나 아무도 먼저 말하지 않았다. 말하지 않는 것이 안전했고, 침묵은 오래전부터 이 도시에서 가장 익숙한 언어였기 때문이다.
죽음은 여덟 번 있었다. 각각은 우연처럼 보였고, 사건처럼 정리되었으며, 개별적으로 봉인되었다. 하지만 죽음은 단 한 번도 침묵하지 않았다. 죽음은 언제나 웅변이었다. 다만 그것을 들으려는 사람이 없었을 뿐이다.
도시는 겨울을 선택했다. 진실을 덮기에 가장 좋은 계절, 질문이 얼어붙고 판단이 유예되는 시간. 사람들은 추위를 핑계로 입을 닫았고, 불안을 이유로 눈을 돌렸으며, 각자의 일상 속으로 조용히 후퇴했다. 그렇게 겨울은 길어졌고, 침묵은 서로를 감싸며 하나의 구조가 되었다.
그래서 이 일에는 범인이 없다. 대신 선택들이 있었다. 말하지 않기로 한 선택, 보지 않거나 듣지 않기로 한 선택, 기다리기로 한 선택. 그 선택들이 쌓여 하나의 사건이 되었고, 하나의 도시는 그 사건을 가능하게 했다.
이것은 누가 죽였는지를 밝히는 이야기가 아니다. 왜 아무도 막지 않았으며, 밝히지 않았는지를 묻는 기록이다.
그리고 이 질문 앞에서, 결국 누구도 무죄일 수는 없다.
그즈음 그 도시의 길은 뚫려 있었으나 막혀 있었고 (혹은 막혀 있었으나 뚫려 있었을 수도), 시민들은 질주하거나 질주하지 않았다. 그리고 거기에는 무서워하거나 무서운 사람들뿐이었다. 다른 사정은 없는 것이 차라리 나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