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
임미옥
어쩌란 말입니까.
눈썹달도
별빛 한 점도 없는 밤
무엇을 바라며
살으랍니까.
숨 붙들 힘조차 빠져
한 발을 떼는 일도 버거운 밤
모든 걸
놓아버리고 싶은
이 어둠 앞에서
누가 널더러 버티랬느냐.
누가 널더러 희망하랬느냐.
무얼 그리
앞당겨 밝히려 하느냐.
다 잘 되리라는 말마저
짐이 되었거든
다 내려놓아라.
다 나에게 맡기고
쉬어도 되느니라.
나는
깊은 밤의 중심에서
아무 증명 없이
스스로 빛나고 있느니라.
✍️ 시인의 노트 ― 「동지」를 쓰며
이 시는 희망을 붙들기 위해 쓴 시가 아니다. 오히려 희망조차 짐이 되어버린 자리에서, 그 무게를 내려놓기 위해 쓴 시다.
우리는 너무 자주 버티라는 말을 듣고, 너무 쉽게 희망해야 한다는 요구 앞에 선다. 그러나 어떤 밤은 버티는 일 자체가 또 하나의 폭력이 되고, 희망이라는 말이 삶을 더 앞당겨 밝히라고 재촉하는 채찍이 되기도 한다. 이 시에서 나는 그 채찍을 내려놓고 싶었다.
동지는 빛이 가장 짧은 날이지만, 동시에 더 이상 짧아지지 않는 날이다. 봄을 약속하지 않지만, 더 이상 어두워지지 않는 날. 더 나아지라는 약속도, 곧 밝아질 것이라는 설명도 없이, 그저 어둠의 중심에 그대로 머무는 시간이다. 이 시의 목소리는 그 자리에 서 있다.
“누가 널더러 버티랬느냐.”
이 물음은 위로가 아니라 허락이다.
애써 증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앞당겨 밝히지 않아도 된다는 허락.
깊은 밤의 중심에서 스스로 빛나는 것은 성취가 아니라 존재다.
이 시는 그 사실을 말하려 하지 않고, 다만 그 자리에 함께 서 있으려 한다.
♧ 눈썹달
– 더 이상 어두워지지 않는 밤의 가장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