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주의
임미옥
살리기 위해 해체한다.
암을 드러내듯
언어의 썩은 결을 열어젖힌다.
무너져가는 신의 집을
겹겹이 벗겨 들여다보니,
누군가의 바닥이 다른 누군가의 천장이었고
내가 천장이라 믿던 자리도
겨우 누군가의 바닥이었다.
살릴 수 없다면
칼을 대지 않는 편이 낫다.
한 번의 손길이
죽음보다 깊은 상처를 남기기도 하니.
더 단단하게
살리기 위해 분해하는
존재의 역설.
해체의 자리에서
새로움은 다시 태어난다.
✍️ 시인의 노트 — 「해체주의」를 쓰며
집을 고치기 위해 천장을 뜯어내던 날, 오래 묵은 나무가 썩어 속살을 드러내는 소리를 들었다.
손전등 불빛 아래, 벽의 안쪽과 바닥의 아래쪽이 서로 얽혀 무너져가는 모습을 보며 이상한 진실 하나가 떠올랐다.
바닥이라 믿었던 자리가 누군가에게는 천장이었고, 내가 천장이라 여긴 자리도 겨우 누군가의 바닥이었다.
삶의 구조도 그와 다르지 않았다. 관계, 말, 신념, 신의 언어까지—겉으로 단단해 보이던 것들은 속을 열어보는 순간 언제든 뒤집혔다.
욕실 바닥과 주차장 천장이 맞닿아 있던 그 구조처럼, 문장도 그렇다.
살릴 수 없는 글이라면 함부로 해체해서는 안 되고, 정말 살릴 수 있는 사람만이 그 문장을 열어 젖힐 수 있다.
집의 결함을 찾아 뜯어내는 일은 결국 내가 오래 붙들어온 신념을 해체하는 일과 닮아 있었다. 썩은 부분은 숨기지 않고 드러내야만 다시 세울 수 있고, 살리지 못할 것이라면 무심한 손길 하나도 치명적인 상처가 된다는 사실을 나는 그 무너진 공간에서 배웠다.
그래서 이 시는 단순한 집 수리의 기록이 아니다. 내가 믿어온 구조를 한 겹씩 벗겨내며, 무너질 수밖에 없는 것과 다시 세워야 하는 것을 조용히 가려낸 시간의 기록이다.
해체는 파괴가 아니라 더 단단한 재편을 위한 마지막 선택임을 그날의 천장은 조용히 가르쳐주었다.
♤ 안민정, 「자화상_라하프(Self-Portrait_Rachaph)」, 2024.
– 결혼과 출산 이후 변화한 신체와 정서의 지형을 해부학적 도면 언어로 시각화한 작업. 개인의 경험과 외부 환경이 몸의 구조 안에서 어떻게 해체되고 재편되는지를 드러낸다.
제목의 ‘라하프(Rachaph)’는 ‘보호하다, 알을 품다’를 뜻하는 히브리어로, 가족을 품는 모성을 상징한다.
이 작품은 2024년 뉴욕현대미술관(MoMA)에 영구 소장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