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노루귀

by 혜윰의 해밀

[시와 시인의 노트] 2026.2.23.

새끼노루귀

임미옥


추운 계절의 모서리에서

한참을 떨고 있으면


문득

작은 귀 하나 돋는다


먼 데서 스며오는 바람에

아직 이름 붙지 않은 쪽을 향해

쫑긋


말이 되기 전의 숨결을

먼저 품고


얼어붙은 흙 위에

낮게 꽃자리를 펴

봄의 첫 문장을 적는다


✍️ 시인의 노트 ― 「새끼노루귀」를 쓰며


봄은 이름을 가지고 오지 않는다. 말이 되기 전의 숨결로 먼저 스며온다. 아직 무엇이라 부를 수는 없지만, 안에서 미세하게 부푸는 방향이 있다. 이름 붙지 않은 쪽에서 다가오는 그 기척을 듣는 존재만이 계절의 문턱을 건넌다.


노루귀는 추위가 완전히 물러난 뒤가 아니라, 여전히 언 땅 위에서 작은 귀를 먼저 돋운다. 그것은 확신이 아니라 예감에 대한 응답이다.


자연은 말없이 한 줄씩 계절을 적어 내려가고, 그 문장은 늘 낮은 자리에서 시작된다. 얼어붙은 자리에서 먼저 귀를 쫑긋 세워 응답하는 존재, 그 작은 능동이 결국 봄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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