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시인의 노트] 2026.3.10.
겨울과 봄 사이
임미옥
햇빛 속에 몸을 맡기고
이리저리 관절을 움직인다
겨우내 굳은 관절들이
햇살에 풀리며
졸음이 번진다
누군가 부르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너무 오래
쉼 없이 일해 왔다
이제 쫓겨나도 상관없다
죽어도 좋다
그 순간
나는 이미 죽어 있었고
어딘가에서 수선화 한 송이 깨어난다
해를 닮은 꽃이
햇살 아래
조용히 문을 연다
✍️ 시인의 노트 – 「겨울과 봄 사이」를 쓰며
밤에 꾼 꿈 하나가 아침의 시가 되었다. 꿈속에서 한 여자가 있었다. 어느 집안의 며느리이거나 아내처럼 보였는데, 쉬지 않고 일하고 있었다. 노예처럼 보였다. 그러나 문득 그녀는 일을 멈추고 햇빛 속에 몸을 맡겼다. 겨우내 굳어 있던 몸의 관절을 하나씩 풀어 보듯 천천히 움직이며 햇살을 쬐었다.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가 있었지만 그녀는 돌아보지 않았다. 너무 오래, 쉼 없이 일해 왔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생각했다. 이제 쫓겨나도 상관없다고. 죽어도 좋다고. 그리고 바로 그 순간, 꿈속에서 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이미 죽었다는 말이었다. 놀랍게도 그 말은 두려움이 아니라 안도처럼 느껴졌다. 죽은 것은 삶이 아니라, 오래된 삶의 방식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꿈의 마지막 장면은 광장 같은 공간이었다. 가운데 커다란 기둥이 하나 서 있었고, 그 기둥에 명부가 붙어 있었다. 그곳에 몇 사람의 이름이 조용히 적혀 있었다. 사람들이 모여드는 어떤 중심 같은 느낌이었다.
아침에 꿈을 기록하다 보니 그 장면이 시로 이어졌다. 꿈속에는 꽃이 없었지만, 시를 쓰는 순간 수선화 한 송이가 떠올랐다. 아마도 잠들기 전, 화가 선배님이 올리신 사진 속 올해 첫 수선화가 마음에 남아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회전근개 수술 후 재활 중인 선배님은 프리다 칼로나 구족 화가들처럼 몸의 장애를 극복하지 못하는 자신을 탓하셨다. 양쪽 회전근개 손상을 경험해본 나는 선배님의 아픔이 깊이 공감되었다. 그러나 나는 선배님이 자신을 너무 몰아세우지 않으시길 바랐다.
선배님의 베란다 화분에 핀 수선화처럼 선배님의 시간도 봄을 향해 움직이고 있을 테니까.
수선화는 봄의 첫 햇빛처럼, 겨울 끝에서 가장 먼저 깨어나는 꽃이다. 죽음처럼 보였던 순간이 사실은 새로운 생명의 시작이었음을, 그 꽃이 대신 말해 주는 것 같았다.
꿈은 장면으로 말하고, 시는 상징으로 말한다. 밤의 언어가 낮의 언어로 옮겨지는 순간, 꿈은 시가 된다. 이 시는 그런 아침에 태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