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시인의 노트] 2026.3.14.
냉이된장국
임미옥
그래, 이 맛이야
바로 이 냄새야
인스턴트에 길들여진 딸아이가
숟가락을 멈춘다
겨우내
흙 속에 웅크렸던 뿌리
눈곱만 한 햇살에
파릇
흙 묻은 냉이 씻어
멸치 몇 마리
흙에서 난 콩된장 풀어
슴슴한 국물 속
뿌리째 잠긴 몇 잎
황홀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으나
입 안 가득 번지는
향긋한 기척
사랑이란
이런 것이구나
✍️ 시인의 노트 ― 「냉이된장국」을 쓰며
봄이 오면 냉이를 캔다. 흙을 털고 씻어 멸치 몇 마리로 국을 내고 된장을 풀면, 부엌에는 금세 향긋한 냄새가 퍼진다.
어느 날 딸아이가 그 국을 한 숟가락 떠먹고는 “그래, 이 맛이야. 바로 이 냄새야” 하고 감탄했다. 인스턴트 음식에 익숙한 아이가 잠시 숟가락을 멈춘 그 순간, 문득 생각했다.
사랑이라는 것도 어쩌면 이런 것이 아닐까. 황홀하거나 화려하지는 않지만, 오래 묵은 흙의 냄새와 햇살의 기운이 스며 있는 국물처럼 조용히 마음을 채워 주는 것.
그렇게 평범한 밥상 위에서 나는 사랑의 한 모습을 다시 배웠다.
♤ 장 바티스트 시메옹 샤르댕(Jean-Baptiste-Siméon Chardin), 「채소가 있는 정물(Still Life with Vegetables)」, 18세기, 반스 컬렉션
▷ 화려하지 않지만 깊은 맛을 지닌 부엌의 풍경. 흙에서 온 채소와 국물이 만들어내는 조용한 사랑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