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랏빛 아리랑

– BTS 컴백 공연을 보고

by 혜윰의 해밀

[시와 시인의 노트] 2026.3.21.

보랏빛 아리랑

임미옥


일곱 소년들이 돌아왔다

인사동 매화꽃 가지 너머

봄빛 넘실거리는 광화문 광장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지구의 소녀들, 수만의 가슴

가난과 굴욕과 대립의 아리랑 고개를 너머

보랏빛 물결로 일어서

‘바디 투 바디’

몸에서 몸으로 이어지는

숨결과 숨결, 있는 그대로의 목소리가

서로를 건너 춤과 노래로

세계를 물들인다


✍️ 시인의 노트 ― 「보랏빛 아리랑」을 쓰며


세계는 불타고 있다. 미국과 이란을 축으로 한 전선은 언제든 전면전으로 번질 듯 팽팽하고, 나라 안에서는 좌와 우의 언어가 서로를 향해 칼날처럼 맞서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죽고, 절망 속에서 허우적거린다. 이런 때, 경복궁 월대에서 열린 비티에스의 복귀 공연을 향해 수만 명의 사람들이 광화문 광장으로 흘러들었다. 이 장면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그 의도와 맥락에 대한 논란을 알면서도, 나는 그 자리에서 드러난 또 다른 장면을 외면할 수 없었다.


현실의 무게 앞에서는 철없는 축제처럼 보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 무게를 잠시 견디게 하는 가느다란 숨구멍처럼 보이기도 한다. 인간은 언제나 무너지는 자리에서 노래를 만들어 왔다.


광화문 광장은 그날, 하나의 파동이었다. 봄빛이 넘실거렸고, 사람들은 그 빛 속에서 서로의 숨을 건네며 하나의 물결로 움직이고 있었다. 인사동의 매화 가지 너머에서 시작된 계절의 기운은, 광장 위 수만의 가슴과 맞닿아 보이지 않는 떨림으로 번져갔다.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7인조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복귀 공연이 왕의 길이자 소통의 공간인 광화문 월대에서 이루어졌다.


공연의 이름은 ‘ARIRANG’,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진 ‘Body to Body’는 전통의 정서를 오늘의 감각으로 이어 붙이고 있었다. 노래는 곧 장면이 되었고, 장면은 다시 몸으로 번져갔다. 몸에서 몸으로 이어지는 숨결과 숨결, 꾸미지 않은 목소리가 서로를 건너 하나의 리듬을 이루었다.


그 장면에서 오래된 노래가 다시 울리고 있었다. 가난과 굴욕과 대립의 시간을 넘어오며 불려왔던 아리랑. 그러나 그날의 아리랑은 더 이상 슬픔을 견디기 위한 노래가 아니었다. 서로를 부르고, 서로를 잇고, 함께 일어서게 하는 힘으로 다시 울리고 있었다.


누군가 그 장면을 ‘보랏빛 아리랑’이라 불렀다. 그것은 과거의 노래가 현재의 몸을 통과해 다시 태어나는 순간이었고, 흩어져 있던 존재들이 하나의 색으로 이어지는 경험이었다. 그날 광화문은 하나의 거대한 합창이었고, 동시에 하나의 새로운 아리랑이 태어나는 자리였다.


그날의 보랏빛은 단순한 색이 아니었다. 붉음과 푸름이 겹쳐지는 그 색은, 서로 다른 감정과 존재들이 하나로 이어지는 상징처럼 다가왔다. 칼 융(Carl Gustav Jung)이 말한 것처럼, 인간의 내면은 서로 다른 층위들이 갈등하고 화해하며 하나의 전체를 이루려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날 광화문에서 일어난 일 또한 그러했다.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 기억과 감정을 지닌 이들이 하나의 리듬과 색으로 이어지며, 하나의 집단적 심상을 이루고 있었다.


새로운 아리랑은 서로의 마음을 건너 이어지는 보랏빛이었다. 우리의 한은 이제 세계의 흥으로 번져간다.


https://youtube.com/shorts/cXdEiiUtMxA?si=2abmR4lv4LWgZk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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