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기숙사생활
금요일 저녁
퇴근을 하고, 잠시 쉬고 있으면 학원에 갔던 막내가 집으로 돌아옵니다.
막내는 고등학교1학년으로 기숙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이번 주는 기말고사를 치고 금요일 단축수업을 해서 평소보다 빨리 집에 돌아왔다고 하더라고요. 학교 홈페이지에 상점을 왕창 받았길래 어떻게 이렇게 큰 상점을 받았냐니 같은 방을 쓰는 3학년 선배가 졸업을 하니 상점을 양도해 주었답니다. "선배는 이제 상점이 필요가 없어졌으니까요~"
1학년은 전교생 필수로 기숙사 생활을 하고 2, 3학년은 원하는 학생 중에서 상점 순으로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는 시스템이랍니다. 학교 입학할 당시에는 2학년부터 통학도 불사하겠다고 하더니, 매일 통학은 자신이 없다며 기숙사에서 3년을 보낼 결심이랍니다.
자연스레 기숙사 생활 이야기가 이어졌지요.
기상천회한 이야기가 끝없이 쏟아져 나옵니다.
기숙사 빌런이야기, 룸메이트 이야기, 사감쌤 이야기...
학교가 산속에 위치하고 있어서 다양한 곤충과 조우할 기회가 많아졌다는군요. 봉사점수를 받을 생각으로 기숙사 복도 청소 담당을 맡았대요.
도시에서만 살아온 아이라 곤충을 많이 무서워하는데 자주, 또 크기도 거대한 곤충들을 접하다 보니 이젠 무섭지 않다는군요.
"엄마, 커다란 꼽등이가 방으로 들어와서 살충제를 막 뿌렸는데, 약범벅이 되어서 하얘진 녀석이 살충제 뿌리는 내쪽으로 푸드득 날아오는 바람에 살충제 캔으로 깡! 하고 후려쳤더니 맞은편 벽에 터져서 붙어버렸어요.ㅠㅠ 도저히 닦을 엄두가 안 나서 사감쌤한테 도움요청을 했지 뭐예요."
"엄마, 엄마!
엄마얼굴만 한 나방 본 적 있어요? 예전엔 무서워서 근처도 못 갔는데, 복도에 붙어있으면 내가 치워야 되거든요~ 전기 모기채로 지지면 완전 꼬숩은 냄새가 나요~ 참기름냄새 같은... 근데 지지고 나면 나방이 가루가 돼버린다니까요~ 나방은 날면 가루가 떨어지는데, 약간 각질 같은 거래. 거기 바이러스 같은 균이 많아서 바로 닦아줘야 돼요. 바로 안 닦으면 바닥에 찐득하게 눌어붙어서 잘 떨어지도 않아요."
"엄마, 엄마! 그거 알아요?"로 시작하는 이야기가 끊임이 없습니다.
"아하하하하! 어쩌다 곤충박사가 되셨군!"
신나서 이야기하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웃음이 터져버렸어요.
신나게 이야기해 놓고는 나의 웃음에 정색을 하며,
한마디를 남기고 제 방으로 쏙 들어가 버립니다.
아이의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주변사람들에게 아이가 했던 말을 막 전했는데 다들 뭐가 재밌냐는 표정입니다.
"그리 이뻐서 나중에 어쩌려고 그러냐?"
이쁘고 말고 지요~ 세상에서 너를 제일 사랑해!라고 굳게 믿을 수 있게 해주고 싶어요.
하지만 한 번씩 참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많지요.
아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건 뭘까요?
'쟤는 왜 저래? 나 속상하라고 저러나?!'
아이는 의도를 가지고 부모를 괴롭히려 하는 걸까요?
조금만 차분히 생각해 보면, 그게 아닌걸 금세 알 수 있지요.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 또는 '내 뜻을 따르지 않는다'가 내 화의 근원이더라고요.
사춘기는 자존감을 키우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스스로 부모로부터 독립해 나가는 한걸음을 떼는 시기가 아닐까요?
알고 싶지 않아도 스스로 필요하면 배워나가야 하는 그런 시기 말이에요.
결국 자신이 한 판단과 행동을 책임지는 법을 배워나가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한발 한발 고유한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아이들 곁에서 부모는 그저 그 과정을 독려하고 응원해 주며 곁에 있어주는 역할을 하는 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