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면접과 건강 검진

방과 후 강사

by 미르

초행길이지만

방향을 알려준 고마운 배달맨의 도움으로

준수한 시간에 도착했다.


인조잔디가 쫙 깔린 운동장을 지나치고

운동장 옆쪽의 작은 건물들을 지나치고

이 학교의 주인처럼 보이는 본관건물로 간다.


2층의 교무실을 바로 찾아서

면접을 위한 방문 목적을 밝힌다.


방과 후 수업 관리 담당 선생님과

영어 담당 선생님, 교감 선생님과

마주 앉아 면접을 시작한다.


공교롭게도 세 분 다 나의 나이 또래이다.


나이가 들어서 이렇게 면접을 하니

면접하는 사람들이나

나나

나이가 서로 엇비슷한 것이

세상 사는 이야기를 하면

술술 잘 통할 것 같은 분위기이다.


이미 지원할 때

1학기 계획서를 다 제출했으니

이 인간이 어떤 인간인가

간을 보는 자리 같았다.


역시나

작년 기초학력 지원강사 경력에 대한

질문이 나온다.

한 반 30명 학생들을 데리고

수업을 했다고 하니 다들 헉 놀란다.

(작년에 고생한 보람이 있다.

그 경력으로 이 자리에 지원했으니.)


방과 후는 최대 10명.

꿀이다, 달콤한 꿀이다.

10명 수업이라니.

이런 멋진 일이.


(나중 1학년 첫 수업을 가니 총 인원 9명 중

6명이 참석했더라.

3명은 병결, 밴드부 연습, 시간 착오로 결석.

6명을 데리고 룰루랄라 수업을 했다.)


그러고는

자신들의 학생을 잘 부탁한다는

말이 이어진다.

이것은 그린라이트?


작년과 비슷한 상황이 이어져서

속으로 미소 지었는데

아마 밖으로도 기쁜 티가 물씬 났을 것이다.


면접이 끝나고

방과 후 관리 담당 선생님이

일정표를 보여주면서

출근 날짜를 바로 말해 준다.


파이팅!

합격이다.

분위기를 보니 단독 지원이라서

면접 전에 이미 결정된 것 같았다.


(작년 국어와 수학선생님과는

올해 재계약이 이루어지고

영어선생님의 자리만 비어

영어과만 강사를 다시 구하는 자리였다.)


행정실에 들러

필요한 채용 서류 안내를 받았다.

최대한 빨리 제출해 달라고 한다.


넵.

(직장인들의 공식적인 언어로)


다음 날,

바로 채용 건강검진을 하러 갔다.


제일 먼저 혈압을 측정한다.

건강검진은 원래 좀 무서우니

가슴이 두근두근.


그 두근거림을 기계가 귀신처럼 아는지

첫 만남에 130이 넘는 높은 숫자가 찍혔다.


120으로 만들어 주기 위해

직원들도 최선을 다한다.

나중에 수동으로 다시 재자고 한다.


여러 다른 검사를 하고 의자에 앉아

혈압을 재기 위한 차례를 기다린다.


알이즈웰 (All is well).

인도 영화의 편견을 깨준 영화 <세 얼간이>의

멋진 주문을 외워본다.


야경꾼이 외치는 '알이즈웰'이

알고 보니 제대로 망도 보지 않고

소리로만 외치는 '알이즈웰'이었는데도

그 소리를 들으면

안심하고 잠을 잔 것처럼


알이즈웰

알이즈웰

모든 것이 다 괜찮을 것이다.

주문을 외워 본다.


그리고 또 다른 주문.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나는 호수다.

나는 호수다.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커다란 잔잔한 호수다.'


여름의 풍경 같은 호수도 호출해서

저의 심장에 심어 두었다.

심장이 잔잔해지라고.


드디어 수동으로 혈압을 잰다.

오, 118.

성공이다.

주문이 효과가 있었나 보다.


높은 혈압이 나와 당황하신 분들,

주문을 외워 보십시오.


알이즈웰이든 나는 호수다이든

자신이 아는 마음이 편해지는

주문을 외우십시오.


혹시 주문이 없으시다면 빌려 드립니다.

알이즈웰.

나는 호수다.

마음껏 가져다 쓰십시오.


며칠을 기다려

건강검진 서류를 받아서 학교에 제출을 했다.

이제 또다시 출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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