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간이지만
매일 출근하는 것은
일주일에 한 번 출근하는 것과는
또 다른 일이다.
일주일을 보낸 소감은
정신이 없다.
아주 바쁘다.
작년 기초학력 지원 강사로
일주일에 한 번 출근할 때는
일주일에 교안 2페이지를 작성했다.
45분을 풀어내는 힘.
한 학년을 담당하니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런데
방과 후 강사는
수업 시수도 많아지고
학년도 1, 2학년으로 달라져서
일주일에 교안 8장을
작성해야 한다.
한 주 수업해 보고 알았다.
교안 8장 작성이 힘들다.
그래서 전자기기의 힘을 빌린다.
스캔과 pdf 파일.
전업주부로 살 때는
스캔과 PDF 파일은 필요하지 않았다.
어느 외계어려니 생각했다.
'쯧쯧, 이걸 모르다니.'
'현대인이 아니야.'
'모를 수도 있지.'
간혹 필요한 일이 생기면
가족들과 공방전을 펼치며
그들의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도움을 받을 때
그때만 감사함을 느끼고
그 복잡하기만 한 전자 기기의 지식은
바람처럼 휙 스쳐 지나갔다.
내가 필요하니
삽을 들고 우물을 직접 판다.
필요한 교재를 정성 들여 찍고
노란 스캔선에 주의하며
미적 감각을 살리려 애를 쓰며
순간포착을 해서 스캔을 한다.
그리고 PDF 파일로 저장.
아, PDF 파일을 사랑하게 되었다.
이 PDF 파일이 없었더라면
일거리가 얼마나 불어날지
상상도 하기 싫다.
PDF 파일이
아래위로 검은 부분이 많이 보이는
'나 복사기 출신임'이
아닌 척하게 해주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었다.
이 기능을 알려 주신 앞자리의 동갑내기
수학 선생님께 감사드렸다.
웨이브 긴 머리의 우아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다정한 그녀는
국어 선생님인가 추측했는데
과목이 수학.
나보다 한 살 많은 똑 단발의
큰소리로 웃고 쾌활한 키 큰 분이
국어 선생님.
두 분 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계속 이 학교에서
수업을 하고 있는 든든한 경력자들.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또한 이 사랑스러운 PDF 파일을
나의 교안과 합쳐
든든한 나의 지원군으로
만들고 있다.
새 문물도 익히면서.
현대인이 되어 가고 있다.
나의 능력이 올라가고 있다.
다소 버벅거리고 늦지만
이렇게 가고 있는 중이다.
지금은 이 멋진 PDF 파일을 발견했는데
앞으로 또 어떤 멋진 것을 발견하게 될지
궁금하다.
아,
수업 첫날 교실에 가니
전자칠판이라는 새로운 문물을
눈앞에 맞닥뜨렸다.
천사 같은 학생들이
친절하게도
사용법을 차근차근 가르쳐 줘서
인쇄체, 필기체 할 것 없이
전자칠판을 마음껏 활용하고 있다.
손에 분필 가루가 묻지도 않고
화이트보드 펜의 검정 가루도 묻지 않는
현대적인 문물이다.
다른 과목의 선생님들에게도 편하겠지만
특히 도형을 많이 그리는 수학 선생님에게
아주 편리한 기능을 많이 가지고 있다.
기계가 그려주는 완벽한 동그라미를
칠판에 띄우고 수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학교.
새로운 문물.
새로운 방식.
새로운 것들을 만나고 적응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