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방학.
후끈후끈한 공기와 뜨거운 태양을 피하기.
시원한 바닷가에서 파도랑 밀당하기가 생각난다.
시골이든 도심이든 할머니 집에 가서
시원한 수박 먹기도 좋다.
낭만적인 여름의 풍경이다.
현실은 방학 시작 수업 시작이다.
각종 보충 수업, 영어 캠프, 방과 후 수업이
오전에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동안 오후에 있던 방과 후 수업이
오전으로 시간이 바뀐다.
아침 출근 전쟁길에 오른다.
출근길에 본 하늘은 바닷물처럼 파랬고
흰 구름은 더할 나위 없이 선명한 흰색을
자랑하고 있었다.
가슴속에 품고 있던
비를 다 내려보내고 난 뒤의
가벼운 후련함의 색이다.
방학 아침의 운동장.
공을 따라 내달리던 학생들이 보이지 않으니
운동장이 광활한 자연 같다.
늘 보던 시끌벅적한 학교가 아니니
좀 색다르다.
수업 시작.
중학교 1학년.
1학기는 자유 학기제로
중간고사, 기말고사 없이
비교적 자유로운 학습이 이루어졌다.
2학기부터는 시험이라는
살벌한 경쟁의 장으로
뛰어드는 중요한 시기가
시작된다.
영어는 수학만큼이나
선행 수업을 비교적 많이 하는 과목이다.
선행 수업에 대한
많은 의견이 있다.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판단을 내린다.
국어 선생님이 보는 관점의 선행이
마음에 와닿는다.
책을 읽겠다는데?
내가 재미있어서 책을 읽는데?
이걸 선행 수업이라 말할 수 있나?
예전 어린 시절, 학기가 끝나는 날에
열 권도 넘는 새 교과서를
한가득 나누어 주었다.
(지금 생각하니 학교가 좀 너무하다.
며칠에 걸쳐서 배부를 하지
작은 학생들이 어찌 그 많은 것을
한꺼번에 다 들고 가게 한단 말인가?)
그러면 가방에 넣고
끙끙 이고 지고 집으로 가져갔다.
집으로 가면 언니, 동생이랑
달력 쟁탈전이 벌어졌다.
교과서를 달력으로
하얀 옷을 입힌다.
뿌듯한 마음으로 새 책을 훑어본다.
다른 과목 말고
국어 과목이 제일 흥미롭다.
짧은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지금 나의 독서 취향,
그때도 스토리에 많이 끌렸다.
내가 재미있어서 책을 미리 읽었다.
영어도 그렇다.
방학 동안 수업 시간에
재미있는 책을 미리 좀 읽는다.
2학기에 열리는
영어 원서 읽기 대회를 대비해서
<어린 왕자>의 인상 깊은 구절도
미리 읽어 본다.
물론 2학기에 나타날 문법들도
안면을 익혀 놓는다.
나중에 갑자기 나타나면 너무 놀라지 않게.
이렇게 여름 방학 시작과 동시에
방과 후 수업도 시작된다.
열 명의 학생들 중 다섯 명이 출석했다.
수업이 시작되었지만
동해의 넘실거리는 바다를 보러 간 학생도 있다.
바다 건너 다른 나라를 보러 간 학생도 있다.
휴대폰을 아예 꺼놓고
잠수함을 타러 간 학생도 있었다.
저마다의 여름 방학을 즐기고 있다.
즐겁고 보람찬 여름 방학이 되기를 바란다.
물론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