뱁새가 사라졌다.
첫 글쓰기 수업 시간에
남들은 다 황새,
자신은 다른 이들을 따라가는 뱁새라고
자신을 멋들어지게 소개하던
그녀가 자리에 없다.
수업이 시작되고 선생님께서 전해 주신 말,
"뱁새님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하차하게 되었습니다."
아, 무슨 사정인지 모르겠지만
인상적인 첫 시간의 강렬함만 남기고
그녀는 떠나갔다.
휴직 기간 동안 지원했던 회사에서
러브콜을 받았기를 바란다.
그래서 부러워하던 황새들을 만나
발걸음 맞춰서 잘 걸어간다면 좋겠다.
뱁새님의 빈자리에 다른 사람이 와서 앉았다.
그 사람은 바로 대기번호 1번.
(은근 인기 있는 강좌라 한다.)
다른 빈자리도 많았는데
신기하게도
떠나가 버린 뱁새님의 자리에
우연히 앉았다.
이렇게 빈자리는 채워지고
인연은 끊어지고 이어지고 있다.
글쓰기 수업 2회 차.
첫 시간에 단어를 했으니
오늘은 문장으로 넘어가려나 했다.
문장이 아니다.
문장을 쓰기 위해 글감을 찾는다.
글감 찾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아, 문장으로 가는 길이 아직 멀구나.
글감을 캐내는 방법.
갯벌 위에
주워가기 쉽게 널브러져 있는 조개가 아니라
도구를 들고 힘들여 캐낸 신선한 조개.
싱싱하니 맛도 더 좋다.
주변에서 글감을 캐내 보자.
텅 비어 있는 글감 찾기 표를 받았다.
가로에 '집'과 '사회'항목.
세로에 '본 일', '들은 일', '한 일'이
각각 적혀 있다.
이른바 오감을 활용해서
주변에 대한 촉, 관심을 발달시키기.
빈칸을 채운다.
막막해 보이는 빈칸을 하나하나씩
채워 본다.
얼핏 보니
주변의 수강생들은
보았다, 들었다, 했다로 끝맺음을 한다.
나는 보았다로 끝난 문장 뒤에
거의 다 괄호가 붙어 있다.
괄호 안에는 나의 마음이 들어 있다.
보고 듣고 한 일들.
그 일의 뒤에는
나의 마음 한 조각이 들어가 있다.
이렇게 붙잡은 글감들 덕분에
집과 사회의 많은 일들 중
인상적인 일들이
허공으로 흩어지지 않고
나의 하루의 기억이 될 수 있다.
발표 시간.
신기하다.
자신이 보고 듣고 한 일만 쭉 읽어 내려가는데
그 사람의 하루와 생각이 보인다.
봉사를 많이 하는 사람.
개와 함께 하는 살아가는 사람.
악기 연주와 운동으로 하루가 꽉 찬 사람.
이웃집이 공사를 해서 소음으로 힘든 사람.
보고 듣고 한 일을 들었을 뿐인데
짧은 에세이 한 편을 본 듯했다.
글감 찾기 수업의 마지막은
'오늘의 날씨, 요즘의 날씨'로 짧은 글을
써 본다.
나의 서쪽 창
by 미르
나는 서쪽 창이 있다.
한여름의 따가운 햇살은 그대로인데
저녁 해 질 무렵
사람 마음을 일렁이게 하는 노을이 등장한다.
노랑, 분홍, 다홍, 보라색들.
이 세상의 색이 아닌 듯.
서쪽 노을을 보면 가슴이 저릿하다.
작고 작은 나의 문제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웅장하고 거대하게 하늘을 뒤덮으며
나를 보아라 말을 한다.
서쪽 창가 노을.
나는 서쪽 창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