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에도 줄 잘 서기가 필요하다.
아니다. 눈치를 보고 자신이 선택할 수 없으니 복불복이라 할 수 있겠다. 나보다 한 시간 먼저 수술실로 들어가 수술방의 첫 번째 수술을 했던 옆 침대의 아가씨는 점심을 먹고 오후에 퇴원을 했다. 수술방의 2번째인 나는 밥을 6시 반에 먹을 수 있었다.
다음 날 만난 한 환자는 3번째로 수술을 했는데 밤 10시가 넘어서 밥을 먹을 수 있었단다. 무려 공복이 24시간을 지나 28시간이나 이어졌다. 삶은 복불복. 공정하지 않다. 주어진 대로 어느 정도 받아들여야 하는 면이 있다. 제멋대로 주어진 수술 순서처럼.
맘모톰 수술로 작은 구멍을 내어 간단하게 제거하기에는 크기가 좀 더 컸던 혹을 절개로 제거하고 바로 퇴원한 아가씨를 이어 나 또래의 아줌마가 바로 들어왔다. 눈 수술을 한단다. 입원할 때 같이 온 남편이 가고 나서도 계속 남편과의 통화가 이어진다. 바로 옆 침대라 그들의 통화가 바로 들려왔다.
통화의 주제는 수술 담당 교수님과 레지던트, 인턴의 구별이다. 안경 쓴 사람이 교수이고, 키 큰 사람이 레지던트고, 그 뒤에 있던 사람이 인턴이고.... 누가 누구고... 이런 이야기가 계속 이어진다. 아마도 남편은 누가 아내의 수술을 해 주는지 아주 궁금했나 보다. 그래서 옆 침대의 아줌마는 누가 누구인지 수술을 해 줄 교수인지 몇 번이나 열심히 설명을 해 준다. 아, 나는? 누가 내 수술을 해줬는지도 잘 모르겠다.
검사 때부터 가운을 입은 어린 의사들을 많이 만났다. 수술을 해 줄 조금은 더 나이 든 교수님들과 잠깐 최종적으로 만나긴 한 것 같은데, 한 번 만났을 뿐이고 두 번째 만남에서 나는 의식이 없을 때였으니 아마 나중에 다시 만나도 어떤 분이 나의 수술을 해 준 분인지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비인후과, 성형외과가 겹쳐 있으니 이분이 이비인후과인지 성형외과인지 진료과목도 헷갈릴 참이다.
24시간이 지나 애타게 기다리던 물을 마시고 저녁을 느릿느릿 먹고 나서 간호사가 와서 링거에 주사를 놓아준다. 위장약(많은 약이 들어가니 위장을 보호할 약이 필요하다), 붓기를 가라앉히는 약, 진통제, 항생제. 저것들을 엉덩이에 다 맞으면 어찌 되었을까 싶은 커다란 주사액의 많은 약들이 링거에 연결된 돌출 부위의 노란 고무 부분으로 쑥쑥 들어간다.
항생제가 들어갈 때의 느낌은 독특하다. 갑자기 팔뚝부터 차가우면서도 쏴하고 아픈 듯한 느낌이 순식간에 온몸으로 선득선득 찌릿하게 번져 나간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무시할 수 없는 강렬한 순간이다. 링거에 넣어 주니 정말 감사하다. 링거가 없었으면 엉덩이가 절단날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