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 동지

by 미르

넓고 푸른 바다를 헤엄치며 작은 먹이를 찾아 먹고 바위틈이나 바다 밑바닥에 몸을 딱 붙이고 잘 살고 있었다. 갑자기 물속에 회오리가 생기고 정신을 차려 보니 복작복작 다른 물고기들과 비좁은 물속에 살게 되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 알지도 못한 채 좁은 공간을 이리저리 부딪치며 다닌다. 낯설지만 익숙한 바닥에 납작 엎드려 무슨 일인가 살펴보는 물고기들도 있다.


이런 혼란 가운데에도 나를 닮은 녀석들이 있다. 닮은 물고기들끼리 자연스럽게 모여든다. 나와 비슷한 무늬를 가지고 있구나. 너도 혼란스럽지? 나도 그래. 그래도 너를 만나 기뻐.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까. 새드엔딩이라 해도 나를 닮은 네가 옆에 있으니 안심이 된다.



동지를 만났다.

수술을 하고 나서 머리에 붕대를 미라처럼 감고 병동 여기저기를 걸어 다녔다. 휴게실에서 나와 비슷한 무늬를 가진 미라와 딱 부딪쳤다. 자연스럽게 수술 이야기가 이어졌다. 비슷한 듯 디테일이 다른 이야기들이다. 귀 앞쪽이 아니라 귀 뒤쪽 연골 근처의 염증 수술을 했다. 미리 귀 주변의 머리카락을 자르고 오라고 해서 수술 전날 미용실에 가서 싹 밀고 왔다. 녹지 않은 실로 꿰매서 실밥 뺄 일이 없다.


같은 날 비슷한 시간에 이비인후과의 수술을 받았는데 수술 교수님이 다르고 증상이 다르니 그 처리 방법이 달랐다. 그럼에도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둘 다 비슷해 보일 것이다. 한쪽 귀와 머리통을 붕대로 싸맨 사람들. 동지였다. 반가웠다. 마치 낯선 수조에서 동지 물고기를 만난 것만큼이나 든든했다. 수조 속의 물고기들은 새드 엔딩이라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지만 미라들의 엔딩은 퇴원이니 해피만이 남았다. 눈에 확 띄는 미라 스타일은 퇴원할 때 졸업이라는 귀중한 미래를 알게 되었다. 해피를 꿈꾸는 만남이었다.


인간은 혼자서는 외로운 동물일까? 혼자서도 잘 사는 시베리아 호랑이처럼 강하지 못해서 무리를 지어야만 하는 걸까? 낯선 병실에서 비교적 잘 버티고 있었다. 그런데도 나와 무늬가 비슷한 미라를 만나고 나니 엄청 든든했다.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우리는 같이 이것을 경험하고 있구나. 갑자기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생각이 났다. 괴물이 원한 것은 단 하나.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눌 단 한 사람, 자신의 반려를 원했다. 다소 과격한 방식이었지만 말이다.


미라는 다정한 조언을 해 주었다. 수술할 때 기계로 호흡하느라 까끌까끌 상처 입은 목구멍을 위해 목에 스카프를 두르라고 했다. 그동안 목구멍이 아파 목캔디를 마치 목숨처럼 입 안에 물고 다녔다. 고마운 말이었다.


그 뒤로도 짧은 입원 기간 동안 휴게실에서 복도에서 여러 번 마주쳤고 드레싱이며 퇴원에 대한 정보를 나누었다. 고마운 미라 동지, 감사해요. 덕분에 든든했습니다.

이전 07화배선실은 도대체 어떤 곳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