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뱀은 목숨을 구하기 위해 꼬리를 자르는데
나는 과연 자를 수 있을까
강가를 산책하다 도마뱀을 보았다.
얼핏 보아도 꼬리 길이가 몸통의 두 배는 넘을 듯하다.
도마뱀은 생명의 위기에 처하면 꼬리를 자르고 도망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잘린 꼬리에는 신경이 아직 남아 있어 한동안은 계속 꿈틀거려서 포식자의 관심을 끈다. 그 사이에 도마뱀은 도망을 가 버린다.
꼬리가 없어서 균형 잡기가 어려워 방향 전환이 힘들기는 하지만 없어진 꼬리는 약 20일이면 다시 재생된다.
아, 놀라운 재생력이다!
이쯤이면 자르는 것도 한 번 고려해 볼만하다.
물론 자르는 데 아주 용기가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자신의 생명을 위해 꼬리를 자른다는 도마뱀을 보고 영화 '127시간'이 떠올랐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충격적인 이야기를 영화는 담고 있다.
주인공은 영화 <스파이더맨>의 부잣집 도련님인 해리 오스본을 맡은 잘생긴 제임스 프랭코가 맡았다.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혼자서 떠난 암벽 등반 여행에서 낙하사고로 절벽과 암석 사이에 팔이 끼이게 된다. 정신을 잃을 것 같은 고통 속에서 6일을 보낸 주인공은 중국산 무딘 작은 칼로 자신의 팔을 자른다.
날카롭지 않은 무딘 작은 칼.
집에 놔두고 온 잘 드는 칼을 아쉬워하면서.
시간이 얼마나 걸렸을까?
결국 팔을 자르는데 성공(?)하고 127시간 만에 암벽 사이를 빠져나가서 구조된다.
실화의 주인공은 그 뒤로 인공 팔을 하고 여전히 산에 오르며 활기찬 자신의 삶을 이어간다.
자신의 한쪽 팔을 내주고 생명을 얻었다고 그는 기뻐한다.
자신의 선택으로 자신의 팔을 직접 자를 결심을 할 만큼 생명에의 강한 의지를 지니고 있었다.
내가 과연 그런 처지에 놓인다면 나의 팔 한쪽을 내줄 수 있을 것인가?
만약 도마뱀의 꼬리처럼 잘리고 나서 다시 자란다면 나의 선택은 어떠할 것인가?
종이에 살짝 베인 손가락의 상처만으로도 흠칫 놀라게 되는 겁쟁이인 나로서는 어려운 선택일 수밖에 없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죽어 가는 상황 속에서 자신의 살아온 생을 생각하고 사랑하는 이들을 떠올렸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기 위해 살아야겠다는 선택을 하고 자신의 팔을 부러뜨리고 날카로운 칼도 아닌 무딘 칼로 자신의 뼈와 근육과 힘줄을 오랜 시간에 걸쳐 자르고 또 잘랐다.
다시 생각해 본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다시 보기 위해서라면 나의 선택은?
생각만으로도 가슴 떨리는 극한의 설정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마음과 관련된 인간의 의지.
밤하늘에 올라가 별을 따고 달을 따 줄 수는 없지만 그 마음만은 이렇게 지구의 어느 작은 곳에서 기적을 만들어 낸다.
그나저나 도마뱀은 칼도 없는데 자신의 꼬리를 어떻게 자르나?
영차하고 마음만 먹으면 뚝 잘리는 것도 아닐 텐데.
알아보았다.
도마뱀의 꼬리는 미세 구멍이 아주 많은 특수한 조직으로 이루어져 있다.
평상시의 어지간한 일반적인 충격은 상관없지만 좌우로의 특정한 방향으로 과하게 움직이면 꼬리가 깔끔하게 잘린다.
이 연구를 바탕으로 인공로봇 등 과학계, 공학계가 힘을 합쳐 이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자연의 많은 것들이 인간에게로 와서 도움이 되었듯이 도마뱀의 꼬리도 인간에게 와서 우리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구나.
고마운 생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