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비둘기는 왜 날아가지 않았을까?
새로운 도전을 하는 이들에게
예전에 서울 이태원에 간 적이 있습니다.
눈을 현혹시키는 화려한 간판들과 멋진 가게들을 보다가 거리 한 편의 비둘기들을 보았습니다.
몸집이 작고 비쩍 마른 것은 둘째치고 온몸이 기름통에 빠졌다 나온 것처럼 번질번질 새까만 모습이었습니다.
한때 중소도시에서 살았습니다.
아파트촌이지만 차로 10분 정도만 가면 논도 보이고 밭도 보이는 곳이니 자연을 마음껏 즐기고 산 셈입니다.
그곳의 비둘기와 새들, 특히 제가 살던 아파트의 나무에 자주 찾아오던 까치들을 처음에 보고 웃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느 날 지나가다 올려다본 낮은 나뭇가지 위에 하얀 커다란 야구공이 있었습니다.
나무 위에 웬 야구공이지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까치였습니다. 뭘 그리도 많이 먹었는지 배가 볼록 나와서 마치 야구공처럼 보였던 것입니다. 저 까치만 배가 많이 나온 까치인가 싶었는데 주변의 다른 까치도 배에 야구공을 품고 있었습니다. 물론 비둘기들도 연한 하늘색 같은 회색에 통통하고 덩치가 컸습니다.
이태원의 비둘기들은 왜 날아서 물도 있고 논도 있고 밭도 있는 곳으로 가지 않았을까요? 날개도 있는데 말입니다.
얼마 전에 읽은 책에서 나온 내용입니다. 원숭이들을 한 방에 넣고 실험을 합니다.
사다리 위쪽에 바나나를 놓아두고 원숭이들이 사다리에 올라가면 전기 충격을 가합니다. 전기 충격을 당한 원숭이들은 새로 온 원숭이가 와서 그 사다리에 올라가려고 하면 떼로 몰려들어 못 올라가게 합니다. 새로 온 원숭이는 영문도 모른 채 사다리 위로 올라가지 않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그 방에는 전기 충격을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원숭이들로 가득 찹니다. 그래도 원숭이들은 사다리에 올라가지 않습니다. 아무리 바나나가 유혹해도 말입니다.
이태원 비둘기들이 날개가 있어도 그 지역을 떠나지 않고 있는 것이 그들의 유전자에 새겨진 것이든 그들의 생태적 습관이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날아가면 더 좋은 환경이 있을 텐데 왜 그렇게 살고 있었을까요?
날아가도 지금의 환경보다 낫다는 보장이 없어서 새로운 곳으로 나가기 어려웠을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말입니다.
새로운 도전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도전하는 동안 불안하고 이 길이 맞는지 확신이 흔들릴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용감하게 새로운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언젠가는 아름답고 풍요로운 자신들의 목적지에 다다를 것을 믿고 행동합니다. 새로운 그러나 불안한 도전을 하는 모든 이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