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브라도 리트리버는 인간관계의 달인
아침 달리기를 하고 집으로 향하던 길.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오던 중
커다란 하얀 개를 보았다.
아파트 안에서 가끔씩 보던 개다.
덩치가 골든 리트리버만큼이나 크고
털이 길지 않은 흰 개.
래브라도 리트리버.
아저씨 혹은 아줌마 주인이
데리고 다닌다.
혹은 그 개가
아저씨 또는 아줌마를
끌고 다닌다.
커다란 덩치에 맞게
강력한 힘을 장착한 듯했다.
오늘 아침에는
그 개만큼이나 건장한 몸집의 아저씨가
그 개의 목줄을 잡고 있다.
그런데
글쎄 이 개가
유치원 차를 타려고 대기하고 있는
작은 아이들 쪽으로
주인을 끌고 막 가고 있었다.
아, 저기 유치원생들이 많이 있는데.
어쩌나 싶어 계속 바라보게 되었다.
주인은 적극적으로 제지를 하지 않고
그 개에게 끌려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아이들 쪽으로 향하던 개가
일정 거리에 도달하자
다리를 접고
몸을 바닥으로 착 붙이는 것이었다.
그 뒤 유치원생과 같이 나온
엄마들 중 용감한 한 명이 다가가
개 주인에게 말을 걸고
개를 쓰다듬는 것을 시작으로
아이들과 또 다른 어른들의 손길이
개의 머리와 허리에 닿았다.
아, 그 개는 아이들을 좋아했다.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갔지만
바로 달려들지 않고
차분히 앉아서
아이들이 다가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덩치를 알고
아이들을 놀라게 하지 않으려
조용히 기다리다.
사람에게 접근하는 방법을 아는
아주 세련된 신사가 생각이 났다.
그저 좋다고 달려들지 않고
다가올 것을 확신하고
느긋하게 기다려주는
인간관계 밀당의 고수같기도 했다.
뉘 집 개인지
아빠 엄마가 누구인지
어디 훈련소 출신인지
훈련사가 누구인지!
흐뭇한 광경이었다.
좀 떨어진 곳에서
이 광경을 보던 나도
그 보드랍고 매끄러워 보이는 털에
한 손을 살짝 얹고 싶어졌다.
그런데,
오늘 아침 운동에 눈이 멀어
급하게 나오면서
세수를 했는지 안 했는지
기억이 안 났다.
달려서 땀도 났고
세수도 안 한 것 같아서
다가가면
후각이 발달된 개가
깜짝 놀랄 것 같았다.
아쉬움을 달래면서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무려 오늘의 글에는 교훈이라는 것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세수를 하자.
개에게도 당당한 인간이 될 수 있다.'
개에게도 당당한 인간.
바로 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