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리트리버가 입에 왕하고 물고 있는 것은

by 미르

천천히 산책길로 들어서자마자

커다란 골든 리트리버 한 마리가

눈에 들어온다.


사람들보다

개는 언제나

나의 눈을 바로 사로잡는다.


산책길에서 가끔씩 만나는,

걸을 때마다 흔들리는

부드러운 털을 가진 우아한 개.


오늘은 1m쯤 되는 관목 더미들 중에서

갈색으로 변한 기다란 뻣뻣한 줄기 하나를

집요하게 입으로 물고 당기고 있다.


이미 갈색으로 변해 버린 관목줄기이지만

땅에 단단히 박혀 있어

쉽사리 나오지 않는 모양이다.


황금색 털을 출렁출렁거리면서

열심히 끌어당기고 있다.


골든 리트리버의 출렁이는 움직임에 따라

같이 흔들거리는 무지갯빛의 튼튼한 목줄 끝에는

흔히 큰 개의 주인이 그러하듯

개의 주인이

목줄을 목과 한쪽 겨드랑이 사이에 넣은 채

두 발을 단단하게 벌리고

그 무게를 감당하고 있다.


멀리서 잠시 구경하다 달리기 시작한다.

천천히 달려

달리기라 미안하지만

그래도 명칭은 달리기이다.


아침 달리기의 종점.

7개의 전선이

마치 음악의 오선처럼

하늘에 늘어진 곳에 도착한다.


마침 전선 위에

작은 새 3마리가 음표처럼 앉아 있어

휴대폰을 꺼낸다.


눈으로는 새가 선명하게 보이는데

사진으로는 전선의 작은 새가 점처럼 보여

확대하지 않으면 잘 보이지가 않는다.


다시 한번 찍어 볼까 하는데

어디서 커다란 2마리의 새가

화면 속으로 날아온다.


옳지!

확인하니 그럭저럭 멋진 사진이 나왔다.



사진을 찍고 다시 집으로 되돌아온다.

집 근처에 와서

아까 만났던 그 골든 리트리버를 다시 만난다.


꼬리를 살랑살랑

혹은 의기양양하게 휘두르고 있다.


뒤에서 보니

아까 물어 당기던

1m도 넘는 기다란 관목 줄기를

입에 가로로 물고 가고 있다.


아, 의지의 골든 리트리버!

내가 달리는 동안 결국 그 줄기를 획득했구나.


그렇다면 내가 달리는 30분 동안이나

저 거추장스러운 줄기를 입에 물고 다녔을까?


황당하다.


어이쿠!

신나게 꼬리를 흔들며 가다가

관목 줄기를 떨어뜨린다.


잠시 멈추고 고개를 숙여

입으로 그 줄기를 물고

다시 꼬리를 프로펠러처럼 돌린다.


아주 신이 났다.


산책길에서 자주 만나서

이 근처 개인가 싶었는데

글쎄 우리 아파트로 들어간다.


나와 거의 비슷하게 정문을 통과해서

개는 왼쪽, 나는 오른쪽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헤어지고 나서도 계속 개 생각이 난다.


엘리베이터를 타기 전에

그 줄기를 버렸을까?


서너 살 먹은 아이라면

부모가

말로 그럭저럭 협상을 시도하면 된다.


'입에 물고 있는 지지한 거 버리고

집에 가서 맛있는 간식 먹자.

간식을 3개 먹을까?'


개가 마시멜로 법칙을 알고 있을까?

눈앞에 아니 입에

재미난 것을 물고 있는데.


아니면

개의 주인이

엘리베이터 타기 전에

미리 준비한 먹이로 꼬셔서

줄기를 빼앗고 무사히 탔을까?


설마 집에까지 물고 갔으려나?



사람으로 한번 생각을 해본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 황금색 개처럼

지금 입에 꽉 물고 있는 재미난 것은

과연 무엇일까?


재미있게 물고 가지고 놀다가

버려야 할 것인지

꽉 물고 놓으면 안 되는

귀중한 것인지.


하여튼

골든 리트리버 한 마리가

나의 아침을 온통 다 가져갔다.


어쨌든 개는 사랑스럽다.

큰 개든 작은 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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