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닭의 V자와 동그라미

by 미르

강 위의 역 부산원동역에 서서

기차를 기다리며 수영강을 내려다본다.


가끔씩 멀리 나는 모험심 강한 조나단을 닮은

갈매기들이 눈에 들어온다.


어쩌면 해운대 바다를 찾지 못하는

길치 갈매기들일까?


요즘은 주로

춥고 매서운 겨울을 피해

따뜻한 남쪽 나라로 날아온

겨울 철새들이 강에 많이 보인다.


철새들 중 색이 화려한 청둥오리와

온몸이 까맣지만 이마에 선명한 흰 무늬가 있는

물닭이 대세이다.


잠시 강을 내려다보고 있으니

물닭들이

앞으로 쭉쭉 빠르게 다가온다.

뒤로 우렁찬 V자의 물결이 샤르르 생긴다.


마치 커다란 배가 조용히 움직이는

웅장한 느낌이다.


한참을 전진하다 싶더니

머리를 아래로 하고 온몸이 물속으로 들어간다.


아마 먹이를 찾고 있겠지?

그 주변으로 동심원이 하나, 둘, 셋, 넷......

동그라미가 자꾸 생긴다.


와, 잠수 실력이 상당하다.


뽕 수면 위로 나타나나 싶더니

다시 전진.

V자 물결.

멈춤.

동그라미.


5분 정도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살펴본 물닭들은

전진과 멈춤을 반복하며


V자와 동그라미를


강 위에 수도 없이 만들어 내고 있었다.


둥둥 물결에 몸을 맡긴 채로 떠다니며

통통한 궁둥이를 내보이며

먹이를 찾아 물속에 고개만 잠시 들이미는

청둥오리와는 느낌이 또 달랐다.


필사적으로 살아가는 느낌.


동물들이 살아 내기 위한

기본 먹이 활동을 하기 위해

멈추고 동그라미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한 곳에서 먹이를 구하지는 못한다.

그러니 다시 전진.

이렇게 힘차게 전진하고 멈추고 먹이를 찾는 활동.


인간들의 행동들도

이렇게 단순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앞으로 전진하다

먹이나 즐거움을 위해 잠시 멈추고

또다시 전진.


웅장한 느낌의 V자의 물결을 보니

사람들이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생각이 났다.


물닭 < 출처 : Pixabay.com >


겨울 철새뿐만 아니라 야생의 동물들

모두 겨울을 열심히 나고 있다.


먹이를 구하기 위해

자신들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전진과 멈추기를 반복하고 있다.


잠깐 본 물닭의 이런 전진과 멈춤,

V형과 동그라미 말고도

다른 많은 일들이 있을 것이다.


밤에 잠을 자기 위해

강가의 아늑한 풀숲을 찾아야 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을 잡으려 드는 천적들을

피해야 할 수도 있다.


짝을 만나기 위해 치열한 전쟁을

치러야 하기도 하고

짝을 만나 알을 낳고

새끼들을 키우는 역할도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나아간다.

자신이 생각하는 길로 나아갈 수 있다.

혹은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길로

가게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전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루하루가 작고 짧은 듯이 보여도

나아가고 있다.


간혹 멈추어서

웃고 즐기며 살아가는 시간이 있다.


그런 동그라미의 시간들을 마음껏 즐기고

다시 힘차게 V자를 그리며

자신의 길을 찾아 잘 전진해 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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