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진 것이 아니라 하트구멍
봄철의 보약이라고 하는
초벌 부추를 샀습니다.
일반 부추보다 몇 배는 더 강하고 쓴맛.
그냥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부침개로 만듭니다.
아무리 초록의 계절이라지만
초록만 있으면 아쉽습니다.
포인트가 필요합니다.
초록에는 빨강이지.
냉동실에 들어가 있는
빨간 고추를 하나 소환해서
곱게 다져 봄꽃처럼
너그럽게 느슨하게 뿌려 줍니다.
빨간 고추 옆에 있는
청양 고추도 하나 데려옵니다.
혼자서는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녀석이지만
고이고이 다져서 부침개에 들어가는 순간
톡 쏘는 새침한 미녀처럼
매력덩어리로 변신할 것입니다.
비 오는 날
온도와 습도 때문에
부침개가 더 맛있다는
과학적인 분석이 없어도
부침개는 항상 맛있습니다.
기름에 거의 튀긴 음식인데
무엇이 맛있지 않겠습니까.
향이 세고
맛이 써도
기름에 튀기는 순간
어지간하면 다 맛있어집니다.
튀김은 번거로우니
대신 우리의 부침개가 있습니다.
부침개, 파이팅!
날씨가 꾸물꾸물한 날.
이번에는 김치 부침개,
들어갑니다.
바삭바삭한 얇은 가장자리를
좋아합니다.
속이 빈 도넛 스타일로 부치면
가장자리를 많이 먹을 수 있다는
고급 정보에
도전해 보기로 합니다.
부침 가루 적당히
물을 섞어 반죽하고
묵은 김치 가져와서
흐르는 물에 한번 씻고
잘게 잘라 반죽에 넣습니다.
뭔가 좀 아쉽군요.
냉동실의 든든한 대패 삼겹살을 불러
몇 조각 다져 넣습니다.
그리고 도넛 스타일로
모양을 잡습니다.
그런데 도넛 부침개의 단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뒤집기가 쉽지 않군요.
넓적한 뒤집개로
부침개의 가운데 부분을 받치고
쓩 떠서 뒤집어야 하는데
가운데 부분이 없군요.
힘을 받을 수가 없습니다.
사람이나
부침개나
코어가 중요하군요.
힘든 일이 다가와도
기초, 코어가 단단한 사람은
금방 털고 일어나지만
기본이 약한 사람은
흔들리고 흔들릴 뿐입니다.
운동선수들이 기초체력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군요.
오후에 방과 후 교사로 일합니다.
4월 방과 후 수업에
참석했던 학생들 중 한 명이
공부하기 싫다고
5월에 사격부에 들어갔습니다.
신나 보이는 총은 안 쏘고
기초 체력 훈련만 힘들게 한다고
다시 방과 후 수업하러 오고 싶다는 소식을
바람결에 들었습니다.
기초 체력을 키우는 것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힘이 드는
일이 맞습니다.
부침개를 뒤집는 것은
강력한 코어의 힘이
필요한 순간이었습니다.
반죽의 농도 때문인지
나중에 첨가한 대패 삼겹살의 영향인지
바삭하지 않고
힘이 없고 흐느적거리는
부침개가 탄생했습니다.
다음에는 튀김가루를 첨가해서
바싹한 도넛 부침개를
다시 만들어 봐야겠습니다.
반죽에 맥주를 넣으면
바싹한 전을 만날 수 있다는
정보도 획득했습니다.
살림 경력이 20년이 넘어도
이렇게 작은 실패를 계속하며
다음에 어떤 방식으로 해볼까
계속 도전을 합니다.
사는 것도
이렇지 않을까요?
도전하고 실패하고
그럼에도 기죽지 않고
또 도전해 보는 것.
오늘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한번 해 보십시오.
작은 실패를 하면 어떻습니까.
다음에 또 해 보면 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