겅주의 추억
비교적 쉬운 순두부찌개 요리를 가끔 합니다.
아주 쉽다고 쓰려다
사람마다 다르기에
비교적이라는 부사를 넣었습니다.
예전 경주에 놀러 갔을 때였습니다.
부산에서 경주는 비교적 가까운 거리라
당일치기 여행으로 가끔씩 다녀옵니다.
꽃이 피는 시기이면
어디를 가더라도 예쁘지만
경주는 특히
벚꽃이 필 때 아주 아름답습니다.
대릉원이나 보문관광단지 등
유명한 곳이 아니라도
길거리에 벚꽃잎들이
바람이 불 때마다 샤르르 휘날립니다.
꽃비라는 말이 생각날 정도로
흩날리던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어떻게 지나간 줄도 몰랐던
꽃 같았던 18세의 감성이
나이 든 어른의 마음에도
살며시 불어옵니다.
단, 한창 절정기에는
차량의 흐름은 포기하고
도로에 나의 마음을 맞추어
느리게 움직입니다.
그날도 때이른 벚꽃 구경을 하고
밥을 먹으러 갔습니다.
경주가 또 두부 요리로 유명합니다.
대기업에서 나온
네모반듯하고 매끄러운
새침한 두부가 아니라
울퉁불퉁 다소 거친 질감의
입에 넣으면
만족감이 퍼지는 두부입니다.
순두부찌개도 유명하지요.
각종 귀한 재료를 첨가한
순두부찌개들이 있습니다.
그 향만 맡아도
건강이 좋아진다는
자연산 송이부터
에게, 이게 전복?
전복 아기가 들어가서
헤엄을 치고 있나 싶은
순두부찌개까지
취향에 따라서 골라 먹습니다.
아무튼 그날도
검색을 해서 맛집 중의 한 곳에
갔습니다.
맛집답게 대기도 좀 하고
북적이는 사람들 틈에 앉아
두부 요리와 각종 반찬들 한 상을
받았습니다.
메인이 어떤 요리였는지 잊었습니다.
수많은 반찬들 중
순두부찌개 요리 하나가
기억에 남았습니다.
주부인 제가 보기에
딱 2개가 들어갔습니다.
순두부와 사골국물.
이런 쉬운 조합이라니.
나도 집에서 할 수 있겠는데.
(대기업의 도움을 좀 받으면)
그래서 집에 와서
이를 행동으로 옮깁니다.
제가 먹은 것은 순두부이지만
맛집의 순두부는 튼튼한 질감으로
거의 두부처럼 느껴지니
두부나 순두부나
상관없습니다.
요리라고 하기도 민망합니다.
두부와 사골육수 한 봉을 넣고
끓입니다.
두부를 숟가락으로 적당히 멋스럽게 으깨고
집에 있는 소금을 출동시켜 간을 맞추면
끝.
정말 쉽지요?
어쩌다 보니 저의 국, 찌개 요리에
이런 간편한 레시피가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몇 번 먹다 보니 알게 되었습니다.
두부 맛집의
10개가 넘는 화려한 반찬들 사이에서
이 하얀 순두부찌개가
아주 고고하니 잘 어울렸습니다.
하지만 맛집이 아니라
평범한 식탁 위의 일상적인 반찬들 사이에서
이 뽀얀 순결한 순두부는
강렬하지 않았습니다.
강렬한 순두부찌개가 필요했습니다.
파.
냉동실에 잘게 썰어 둔 파, 나와라.
파옆에 마늘도 있네.
기분이다, 너도 같이 가자.
고춧가루야,
너도 두어 숟가락 나와라.
기름 출동.
약한 불에 파 기름과 마늘기름, 고추기름 내기.
두부 넣고 으깨기.
빨갛게 빨갛게 물들어라.
너의 하얀 몸통은 알아볼 수 없게
빨개져라.
그리고 대기업의 사골 육수
좌르륵
들어갑니다.
소금아, 너의 차례다.
너의 힘을 보여 주거라.
일반 소금.
굵은소금.
맛소금.
귀하신 히말라야 소금까지.
너희들만 믿는다.
부글부글
완성입니다.
비교적 간단하지요?
아침 7시에 이 글이 발행됩니다.
오늘 저녁 메뉴가 고민이신 분들에게
도움이 되려나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