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것이 그대로 복사되기를 원치 않는다.
해운대, 송정의 푸른 바다를 쭉 따라
동쪽으로 동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기장군이 있다.
1995년 부산광역시로 편입된 후로
아름다운 바닷가 풍경을 배경으로
수많은 카페들이 들어서며
소리 없는 커피 전쟁을 벌이고 있는 곳.
그중 대형 카페 '웨이브온'이 있다.
특색 있는 커피, 그림 같은 디저트를 뛰어넘어
개성 있는 건축물로 유명한 곳.
밖에서 보면
커다란 도형 2개를
살짝 어긋나게 겹쳐 올린 것처럼 보이는데
안에서 보는 것은 또 다르다.
3층 건물의 거의 모든 면에서
바다와 야외가 보이는 시원함을 가지며
건물 가운데의 중정 같은 뻥 뚫린 곳이
세련됨과 여유를 주는 곳.
3층으로 끝나나 싶은데
그 위에 또 루프탑이 있으며
루프탑의 다른 쪽에 또 다른 루프탑이 위치한다.
체감상 2층이 아니라
꼬불꼬불한 5층 건물을 탐험하는 느낌이다.
더욱더 이 건축물을 유명하게 한 것은 바로
건축저작권 소송이다.
아니, 건축물에도 저작권이?
있다.
보통 저작권하면 떠올리는 도서, 음악을 넘어서
건축물에도 저작권이 있다.
한 건축가의
사상과 감정 그리고 노력이 집약된 건축물.
일반적이지 않고 독특한 멋을 지니며
시간이 흘러도 그 아름다움이 빛이 나는 건물.
스페인 하면 '가우디'라는 건축가가 떠오르고
그의 건물들이 자동적으로 연상되듯.
건물들이 주는
강렬한 아름다움의 주인이 있었다.
'웨이브온'의 독특한 건물을 그대로 본 딴
다른 지역의 한 카페는
결국 5,000만 원의 배상과 함께
철거명령이 내려졌다.
저작권 침해 모방물은 폐기가 원칙.
배상을 넘어서
건물 자체의 철거까지!
판이 아주 커졌다.
건축저작권을 인정한 판결이다.
저작권.
자신의 사상과 감정을 담은 작품의 권리.
건축물에도 건축저작권이 있다.
몇 년 전 블로그에 글을 조금씩 올리기 시작했다.
한 일 년쯤 되었을까?
한 이웃이 비밀글로
나의 글을 그대로 상당한 양을 인용하면서
좋다는 칭찬을 해 주었다.
좋다는 칭찬이었는데 좋지 않았다.
나의 글이 그대로
다른 닉네임을 단 이의 공간에서
이름표도 없이
방황하고 있는 것이
안쓰러워 보였다.
그 이웃은 친절하게
복사 방지를 안 해 놓으셨다고 기뻐하셨다.
나는 같이 기뻐할 수 없었다.
내 글의 복사 방지를 하고 싶었다.
'내 글이 그대로 복사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 이웃은 또 친절하게 복사 방지를 하는 방법까지
알려 주셨다.
아주 해맑게.
그 친절한 이웃 덕분에 '저작권'에 대해 알게 되었다.
유명한 작가나 화가, 작사가, 작곡가뿐만 아니라
나도 저작권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저작권.
내가 지켜야 한다.
나의 글이었다.
나의 권리였다.
글을 쓰는 사람들.
글을 sns에 올리는 사람들.
모두가 다 저작권을 가지고 있었다.
AI 시대를 맞아 저작권의 범위가 모호해지고 있다.
'~스타일', '~풍'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창작물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완성된 결과물을 보면
원작자도 깜짝 놀랄 만큼
그럴듯함을 지니고 있다.
심지어 아름답기까지 하다.
비록 꼬리표를 달기는 했지만
그 아름다움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운 것.
아름다운 것을 즐기는 소비자도 만족하고
그 아름다움의 원천인 창작자도 만족할 만한
명확한 기준이 시급하다.
나는 저작권의 창작자이기도 하고
또한 그 저작권으로 인해 즐거움을 가지는
소비자이기도 하다.
우리 모두는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