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실에서 눈에 띄는 선생님이 있었다
나이는 대략 40대 정도?
그 정도의 남자 선생님.
그 선생님은
외부에서 초빙 강사가 올 때
새벽 6시 반에 출근해서
건물 앞 제일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고 기뻐한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예술중, 예고까지
총 5개의 학교의 빈틈을 찾아서
아침마다 자동차들이 사이좋게 테트릭스를 한다.
8월 첫 출근부터 12월 말까지
학교 캠퍼스 내의 어느 한 곳에는
항상 공사 중이었다.)
그 선생님은
아침에 체육복을 잃어버렸다고
울고 있는 학생을 위로한다.
학생들에게 연말 선물로 나누어 줄
보조가방의 사이즈를
M으로 할지 L로 할지
행정 선생님과 머리를 맞대고
심각하게 고민한다.
만나는 선생님들에게
쿠키와 간식을 나누어 주면서
환한 웃음을 짓는다.
온 교무실의 일을 생기발랄하게
해 나가고 있었다.
마치 교무실의 안방마님 같았다.
잘나가는 든든한 남편 같은 투수를 받쳐주고
잘 치고 잘 달리는 아이들을 뒷받침해는
야구의 포수, 안방마님 같았다.
투수도 타자도 아니지만
든든함으로 무대를 이끄는 안방마님.
창가 쪽의 무슨 무슨 부장이라는 직함이 모여 있는
좋은 자리 쪽에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높으신 분 같았다.
높으신 분이려니 했다.
나와는 접점이 없었다.
그저 만날 때마다 "안녕하십니까?"
인사를 열심히 하기만 했다.
(학교의 인사법은 "안녕하십니까?"로
통일된 듯했다.
나중에 다른 학교에 갔을 때도
교무실이나 복도에서 만나는
다른 선생님들과의 인사는
"안녕하십니까?"였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이 퇴근하던 기간제 선생님이
교감 선생님께 인사를 하고 가자고 한다.
아니, 교감선생님이라니!
교감 선생님이 대체 어디에?
어디 따로 교감실이 있나?
이런!
그 선생님이 바로 교감선생님.
그 선생님의 이름, 직함이 바로 교감선생님!
교감선생님이었다!
나의 기억 속의 교감선생님은
양복을 입고 뒷짐을 지고
느긋하게 학교를 돌아다니는
금테 안경을 낀 나이 드신 분이었다.
역시나 안경을 끼긴 했지만
어려 보이고
생기발랄하게 하이 소프라노(?)로
온 교무실을 웃음으로 가득 채우는 남자 선생님이
교감선생님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높으신 분을 이렇게 늦게 알아 보다니!
그 뒤 만날 때마다 '교감 선생님'이라고
꼬박꼬박 호칭을 불렀다.
2학기 나의 마지막 수업 날.
다음 주 중에 방학이 시작되어
다른 선생님들은 아직 출근하지만
나는 오늘이 올해의 마지막 출근 날.
옆자리의 선생님께 방학 끝나고
2월에 뵙겠다고 인사를 했다.
그러자 교감선생님이 그걸 또 멀리서 듣고는
와서 인사를 해준다.
내가 가서 인사를 하려고 했는데
직접 친히 나의 자리로 행차하신다.
감사한 마음으로 인사를 하고
가뿐한 마음으로 2학기 마무리!
와, 방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