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조직에서 관리자급으로 일하는 후배를 만났다. 이런저런 이야기 중에 지피티 이야기가 나왔다. 본인은 한번도 써보지 않았다고 한다. 이유를 물었는데, 돌아온 답은 '페이퍼를 쓰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어느덧 실무자를 지나 관리자의 반열에 올랐다는 자부심과 함께 그는 당당했다.
첫번째 느꼈던 감정은 '변화에 대한 거부'였다.
정확하게는 거부보다는 '귀찮음'이 더 맞겠다. 당장 나의 일에 쓸모가 없으니, 굳이 배울 필요가 있겠는가였다. 변화라는 것이 두려움도 함께 만들어내는데, 그의 표정은 그런것은 아니었다.
사실, 팀장 정도 되면 뭔가 더 배우는 것에 무기력하다. 자신의 업무에서는 이미 능숙도가 고점을 넘었기에 추가로 뭘 더 배워야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조직에서 구성원들의 교육 프로그램을 구성할 때도 팀장들에게는 '조직관리'나, '리더십교육' 같은 기술보다는 '정성적인 툴'에 더 집중한다.
그러면 팀장들은 배우지 않아도 되는가라는 질문을 한다면. 우문 중에 우문이다.
그들도 배워야 한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쓸모가 없기 때문에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뿐이라고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닐까. 그런 세상에만 있어서 그런지 디지털리터러시를 중요하다는 생각에 빠져 있다. 디지털리터러시의 중요한 요소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변화'와 '학습'이다. 변화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 새로운 학습에 대한 적극성 등이다.
실무를 하지 않는다는 말의 다른 말은 나는 초안을 작성하지 않는다는 말과 같을 것이다. 팀원들이 만드는 초안을 위해서 팀장이 하는 것은 앞선 작업으로는 가이드라인 제공하는 것이고, 후속 작업으로는 '빨간펜'을 드는 것이 될 것이다. 물론 이 것만으로도 충분한 팀장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직에서의 협업이라는 것에 대해서 리더십이 가져야 하는 것은 실무의 앞뒤에서 말로만 거드는 것이 아니다. 팀원들이 최대한의 퍼포먼스를 발휘하는지, 재대로된 결과물을 가져오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나는 팀장들이 팀원들은 지피티를 포함해 디지털 툴을 왜 쓸까를 한번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손쉽게 업무를 쳐내고 쉬고 싶어서만은 아니다. 쉬고 싶은 마음과 동시에 성장하고픈 마음이 있을 것이고 이들은 적어도 자신의 업무에서 성과도 내고 싶은 마음에 이런 디지털 툴에 대한 공부를 지속할 것이다.
하루 8시간이 아니라, 10시간 12시간을 일하게 된다면, 어떤 일을 더 할까라는 생각을 해보라는 교수님이 있었다. 한편에서는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지만, 질문을 보니 자연스럽게 생각으로 이어졌다. 두가지 길이 있을 것 같다. 8시간 동안 할일을 10시가 12시간동안 늘려서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더 높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 옆으로 치워놨던 자료들과 생각들을 하지 않을까
팀장이 쓴다면, 다른 효용이 있을 것이다.
'가혹한 글쓰기'는 생성형 AI를 통해서 글쓰기를 할 때 가장 자주 쓰는 프롬프팅이다. 가혹한 글쓰기는 초안에 대한 리뷰를 생성형 AI에게 요청하는 것이다. 간단한 글부터, 기획안까지 생성형AI에게 모든 종류의 '초안'에 대한 리뷰를 받을 수 있다.
똑같은 초안에 대한 생성형 AI를 통해서 받았을 때, 이를 해석하고 업무를 업그레이드 시키는 힘은 팀원과 팀장중에 누가 더 강할까. 팀장이 더 경험이 많으니, 더 힘이 강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건 100% 맞는 말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누가 더 낫다가 아니라, 모두의 고민이 충분히 들어갈 수 있다면 그게 휠씬 더 좋을 것이다.
팀장들에게 팀원들은 각각이 다른 엔진을 가진 지피티일수도 있다. 인공지능은 아니지만, 팀원들은 팀장의 질문을 받고, 지시를 받고, 답을 만든다. 질문하는 힘이 중요한 시대에 팀장들은 생성형 AI를 통해서 질문의 수준을 업그레이드 해야 하지 않을까.
처음으로 돌아가, '실무를 하지 않는다'는 그의 말은 한편에서는 부러웠지만, 한편에서는 안타깝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실무를 높아도 된다는 해묵은 관행에 대한 안까움이었다.
"자동화로 생긴 공간을 인간의 창의력으로 채워야 한다"는 생성형AI를 활용하면서 가장 먼저 든 고민들을 정리한 문장이다. 팀장이라면, (생성형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자동화로 생긴 공간을 (팀 전체의) 창의력으로 채워야 한다 정도의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
배우자. 자리는 누리는게 아니라 자격을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