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지난 달의 이야기가 됐으니 '뉴스'라기엔 뒷북이지만 역도선수 장미란의 소식을 접했다. 문화체육부 차관에 임명되었다는. 나는 장미란과 각별하다. 아니 각별하다기 보다는 듣고보면 황당한 이유로 그냥 혼자서 친숙함을 가졌다. 사연인즉슨,
꽤 오래 전 작은 아이가 꼬맹이었을 때의 일이다. 정돈 안된 책장 언저리에서 책 한권을 빼들고 앉아 혼자 책 표지를 물끄러미 들여다 보며 무어라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역시... 장미란은..."
우리집에 장미란과 관계있을만한 역도와 관련된 책이 있을리 없는데 아이가 뭘 보고 장미란을 얘기하나 싶어 가만히 귀를 기울이니 이어서 말하기를,
"장미란은 역시...힘이 세니까...그렇구나..."
장미란이 힘이 센 건 사실이지만 그게 뭐가 어쨌다는 걸까 하고 가까이 가서 무슨 얘기냐고 물었다.
"장미란으은 힘이 세니까아 서점에까지이 책으을 옮겨다줄 수가 있는거지이..."
푸하하하~ 역도선수 장미란이 연탄배달 봉사활동하는 이야기는 기사에서 접한것 같은데 꼬맹이가 굳게 믿어버린 장미란 책 옮기는 이야기에 그 자리에서 폭소를 터뜨렸던 일화. 그 이후로 우리나라 젊은 엄마들 사이에 인기있는 앤서니 브라운 책이 내겐 저자보다도 '옮긴이'때문에 특별해졌었다.
같은 이름 다른 인물 장미란 전 선수가 옮긴 것을 꼽자면 소속이 되겠다. 고양시청 소속으로 선수활동을 하다가 은퇴후에는 용인대학교 체육학과 교수로 재직했다고 검색을 통해 알게됐다. 그러다 이번에 문화체육부로 소속을 옮긴 것.
혹시 누가 아나. 나중에 문화체육부에서 일하다가 우연히 책 번역을 하게될지. 역도 종목의 꿈나무 소녀가 바비같은 여성상이 할법한 체조같은 종목의 선수에 견주어 대접 못받는 세상에서 위축된 자아의 갈등속에 성장통을 앓다가 끝내 굳건한 자기정체성을 찾고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 나아가 여성의 아름다움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이야기같은 것 말이다.
아니면 진짜 책을 옮기게 될지 누가 아나. 어린이날 같은 때, 파주 출판단지로부터 문화혜택이 덜 미치는 지역의 어린이 도서관에 책 옮겨다주는 이벤트 같은거.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보니 엉뚱하기론 그 딸래미에 그 에미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