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넥스 티슈와 두루마리 휴지
일상에서 자주 쓰이며 브랜드 이름으로 불리어지는 물건들이 몇가지 있다. 호치키스, 스카치 테입 그리고 클리넥스. 나는 어릴 때 곽티슈를 영어로 클리넥스라고 하는줄 알았다. 호치키스도 여러 장의 종이를 한번에 눌러 찍는 물건의 명칭이 호치키스인줄 알았고, 스카치 테입의 스카치=투명인줄로만 알았다.
'콩글리시'지만 정착되어 아무런 혼란을 주지 않는 말들을 그런게 아니라며 계몽하듯 지적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덕분에 어느날 그 세가지의 정체를 알게됐었다. 지난날의 무지가 살짝 부끄러워지면서.
그런데 클리넥스는 우리만 그런게 아니었다는 것을 이곳 캐나다에서 살면서 알게되었다. 이는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의 로망이 아닐까.
그런 클리넥스가, 아니 클리넥스에서 만든 곽티슈가 캐나다에서 사라진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클리넥스사에서 캐나다 시장에서 그 곽티슈를 이제 안팔겠다는거다. 아마도 사업상 재미를 못보나 보다. 이유인즉슨, 캐나다 시장에 물건을 내놓으려면 영어, 불어 두 언어를 표기하게 돼있는 규정때문에 생산 패키징 문제가 있고 납품할 매장이 지정학적으로 너무 넓게 분포돼 있는 점을 들고있다. 그리고 사제(?) 곽티슈 업체가 많은탓에 시장 점유율 같은 문제 때문이라고.
(사진출처. AP Photo/Mark Lennihan)
오래 사용하면서 입에 붙은 '클리넥스'란 이름만 남겨두고 떠나버린 후 캐나다 소비자들은 다른데서 만든 곽티슈를 사서 쓰면서도 내내 클리넥스를 입에 올릴 것이다. 실제 클리넥스측에서도 그런 전망을 한다. 그후로 오랜동안 '향수'를 가지고 곽티슈를 클리넥스라고 계속 부를 것이라고. 그들에겐 실질적인 이윤은 없지만 '남는 장사'가 아닐까. 한번 클리넥스는 영원한 클리넥스라고.
3년 전, 코로나가 시작될무렵 앞으로의 전망이 예사롭지 않다는 기운이 감돌면서 가시적으로 드러난게 마트 매대에서 두루마리 휴지가 동나버린 현상이었다. 그때 나는 이 사태에 의연하리라 굳게 마음을 다지며 두루마리 휴지 없으면 클리넥스 티슈를 쓰겠다고 나름 사치스러운 대안을 세웠었다. 결국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고 두루마리 휴지는 문제없이 공급되어 왔지만.
그런데 알고보니 이 클리넥스의 정체성은 반드시 얼굴용이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facial tissue' 라고 적힌걸 한번도 눈여겨 보지 않았던 것. 영화같은데에 보면 코를 풀거나 눈물을 닦을 때 그것을 건네주는 장면을 많이 본것 같지만 내게 특별히 의미가 있지는 않았다.
흔히 외국인이 한국에서의 문화충격으로 이 두루마리 휴지 사용을 꼽는다. 식당 테이블에 두루마리 휴지가 놓여있는 것을 보고 당황한다는 것인데 두루마리 휴지는 철저히 화장실용이라는 공식에 반해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사용해도 문제될게 없다. 두루두루 사용할 수 있어서 두루마리 휴지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범용이지 않은가.
결론은, 캐나다에서 조만간 클리넥스사가 사업을 철수해서 티슈를 팔지 않는다해도 나는 전혀 영향받을 일이 없다는거다. 두루마리 휴지가 없으면 곽티슈 쓰면 되고 곽티슈 없으면 두루마리 휴지 쓰면 되고. 이것이 유연성 있는 사용 행태일까 몰교양의 막돼먹은 사용행태일까는 모르겠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