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12월에는 저마다 한결같이 말한다.
올 해도 어느새 한 해가 다 갔노라고.
세월을 흐르는 물에 견주는 표현이 있는가 하더니 쏘아놓은 화살에 견주기도 한다.
사람이 감지하는 빠르기를 시간당으로 환산해 사람의 나이대 숫자와 같다는 말도 있다.
어쨌거나 빨리 지나가는 세월속에 무엇이 중요할까. 편안한 마음이라 생각한다.
매사에 너무 애면글면, 전전긍긍 또 안달복달 말 일이다.
마음속에 떠오르는 일들을 시도하되 정성을 쏟고는
일이 되어가는 꼴을 다만 지긋이 바라볼 것.
살아 숨쉬는 것만에도 감지덕지 할 것.
좋아하는 것을 너무 애지중지도 말며 싫어하는 것을 너무 질색팔색하지도 말 것.
좋아하는 것이나 싫어하는 것이나 모두 마음의 고통이 되느니.
기분이 좋았다 나빴다 들쓱날쑥할 때는 내 안의 중심을 찾아 납작 엎드릴 것.
가까운 이들과 언제나 알콩달콩할 수 없어도 데면데면은 말 것.
마음이 편하고자 하는 것을 핑게로 얼렁뚱땅 자기합리화를 일삼거나
은근슬쩍 도리에 안맞는 내 이익을 꾀하지 말 것.
매사 미적지근 끈적끈적 이 구실 저 구실 갖다 대지 말고 바삭바삭 명쾌하게 뚝딱뚝딱 일을 해치울 것.
세상사 짜릿짜릿 화려한 모습에 현혹되지 말고 슴슴한 내 일상에 마음을 둘 것.
살아봐서 겪어봐서 아는 것들을 주구장창 움켜쥐며 그것이 전부인양 뻗뻗하지 말고
낯선 것들이 낭창낭창 하늘하늘 내게로 다가올 수 있게 유연할 것.
그리하면 어지러운 세상속에서 여유만만 유유자적 편안함에 이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