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지 한참 된 이야기를 하려한다. 영화를 보지 않았지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미쉘 여. 그녀는 올 해 60세가 된 여성이라는 점과 아시안 배우라는 것으로 눈에 띄는 수상자였다. 그녀는 아주 신이 나는 모습으로 "여성들이여, 그 누구도 당신이 한참 때가 지났다고 말하게 내버려 두지 말라" 라는 말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평범한 여성들도 나이들면 제3의 성이라느니 하여 우스개 대상이 되고 마는 현실에 배우로서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다만 배우로서 작품에 출연하여 연기를, 그것도 액션 연기를 해서 큰 상을 받았다.
내가 그녀에게서 본 것은 '현역 마인드'다. 수상 이후 인터뷰 내용을 보자면 연예산업 쪽에서의 젊음과 미모는 기본중의 기본인 자질로 나이가 들어가면 설 자리가 없어지는 처지가 되는데, 그녀 자신도 실제로 은퇴 권유를 받았다고 한다. 그녀는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 라며 작품속에서 펼칠 자신의 잠재력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데, 나는 그녀의 수상보다도 그러한 '현역 마인드'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한편, 한국 연예 프로그램 등에서 간혹 눈쌀 찌푸려지는 모습들이 있다. 바로 연예인의 오래된 개인사 늘어놓는 것. 몇 십 년 전 결혼 초에 이혼하게 된 이야기나 남편이 바람펴서 마음 고생한 이야기 등등, 특이한 성격을 가진 배우 남편과 결혼해서 살면서 그에 적응한 연예인 아내 이야기도 나올 때마다 비슷하다. 그들이 그 이야기를 자꾸 하고 싶어서 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런 새로울 것 없는 과거 이야기로 프로그램을 채우면서 마치 그것이 그 사람의 정체성이라도 되는듯 소비시키는 안일한 프로그램 제작자들의 게으름탓이라고 본다.
거기에 살짝 '현역'에서 물러나 있는탓에 그런 '한물간' 이야기들로라도 티비에 얼굴을 내보일 수 있는 기회를 얻는 연예인의 속사정이 몰창의적이고 게으른 제작자에와 손잡고 만들어낸 그 밥에 그 나물이 지겨운 시청자는 나뿐일까.
그런가 하면 '한참 때'를 지나보낸 왕년의 스타들이 보이는 추태가 있다. 젊은 남자 배우의 벗은 상반신을 두고 가슴골에 물을 흘려 밑에서 받아 마시면 그게 곧 감로수라며 너스레를 떤 이경실의 이야기. 성희롱 발언이라며 비난의 여론이 있었나본데 경향신문에 실린 위근우 칼럼에서 필자는 젊은 세대와 남성에게 밀려 설자리가 좁은 50대 여자 개그맨에게 간신히 그나마라도 용인되어 왔던 분위기를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견 수긍도 가지만 왜 그렇게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틈새 분야(?)에 안주하려 하는 것인가를 돌아봐야 한다.
누구도 하지 못하는데 나이든 여자이기 때문에 주책을 떨어도 된다는 안이함은 현역 마인드와는 거리가 멀다.
이경실과 비슷한 나이대의 박미선을 보면 상당히 다르다. 장도연이 대선배 박미선에게 선배로서 후배에게 '한 말씀' 부탁하자 박미선은 말한다. '우리 서로 경쟁자인데 무슨 도움되는 말을 할게 있느냐'고. 박미선이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현역 마인드'라고 생각한다.
중장년 시기를 거쳐 노년으로 접어들어 '내가 알 것은 이미 알고 있고 더는 없을 것'이라는 굳건한 자세로 존재하는 '꼰대'역시 현역 마인드 부재가 원인이라고 본다. 끊임없이 인간은 변하는 존재이고 나를 둘러싼 외부 환경도 변하기 마련이다. 살아있는 동안 '현역 마인드'로 사는 일은 자신과 주변에 대해 탐구와 성찰을 멈추지 않는 일이다. 중현마, 중요한 건 꺽이지 않는 마음뿐 아니라 현역 마인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