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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진 Jan 23. 2023

'차이니즈 뉴 이어' 퇴치투쟁 후 또 돌아온 설날

이곳 캐나다에 살면서 (그놈의) '차이니즈 뉴 이어'에 신경 곤두서기 3년 째. 재작년 설 때, 직장내 온라인 커뮤니티에 '차이니즈 뉴 이어'를 축하한다며 중국 설에 대한 내용을 잔뜩 소개해놓은 누군가의 글을 보고 나는 살짝 열받아 그것은 잘못된 표현이라며 친절하게 반박 댓글을 달았다. 


그 다음 해인 작년엔 제목은 '음력 새 해'로 정정되었지만 내용은 고대로 '복붙'한 내용이 또 올라와 분기탱천하여 거세게 반발하였고 내 댓글이 삭제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었다. 그것에 대해 대표까지 만나 항의한후 글 게시자가 아닌 대표로부터 온라인상의 형식적인 사과를 받았었다. 하지만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기에 이직을 결심하였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은탓에 지금까지 이미 오만정이 떨어진 기분으로 꾸역꾸역 근무를 이어가고 있던중 또 올해 음력 설을 맞이한 것이다. 


어떻게 하나 보자 반, 내 여기서 무엇을 더하리 하는 마음 반으로 음력 섣달 그믐날 온종일 수시로 온라인 커뮤니티앱을 확인했다. 난 이미 삐딱해 더는 안 싸울거야 그렇지만 내 심경 건드리는 일을 벌이지 말고 당신들 일요일이나 잘 보내시길...하면서. 


음력 설 날, 일요일 오후까지도 아무 게시글이 없길래 조용히 가자 하는데 저녁 때가 다 되어 뭔 벌건게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Happy Lunar New Year' 뭐시기. 그런데 글쓴이는 지난 2년에 걸쳐 물의를 일으킨 장본인이 아니고 다른 이였다. 여전히 본문엔 전과 다르지 않게 중국의 '춘제'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정월 대보름까지 15일동안 이어지는 페스티벌이라고. 이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서 베껴오는건가. 아, 이건 혹시 구글을 상대해야 하는 일일까. 


3년만에 '차이니즈' 간판을 내린 것만으로 내 투쟁 성과로 삼아야 하나? 그럴지도 모른다. 만약 작년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면 올해도 거슬리는 그 이름을 봤을 것이고 내용도 '춘제'뿐만 아니라 작년처럼 중국말 인사까지 보아야 했을지도 모른다. 사실 조금만 지성이 있거나 분별력이 있어도 그것은 잘못된 표현이라는 것을 알아야 하고 다들 쓰니까 무심코 썼다해도 나처럼 반박하는 경우를 만나게 되면 즉각 수용한후 정정해야 마땅하다. 마찬가지로 거의 단일어에 단일민족(?)으로 대다수인 한국에서도 이제는 영어를 무심코 '미국말'이라고 칭하거나 서양인을 보고 막연히 미국사람이라고 간주하는 경우에 대해 민감해질 필요가 있겠다. 


음력 새 해 첫 날, 미국 로스엔젤레스 인근도시에서는 아시안 혐오범죄로 짐작되는 총격사고가 또 일어났다.(이 글을 쓴 다음날, 용의자는 70대 아시안 남성으로 사건을 저지른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밝혀졌다.) 내가 '차이니즈 뉴 이어'로 불리는 것을 그렇게 싫어하는 이유는 중국인이 싫어서가 아니라 비 아시안들이 자기들 오만과 무지를 돌아보지 않은채 '아시안들, 그게 그거지'하듯 아무렇게나 대충 취급하는 그 태도가 싫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기회가 되면 그냥 가볍게 대응하기로 했다. 그냥 'Happy Lunar New Year'면 족하다고. 맞지 않는 내용으로 '음력 새 해'에 대한 보충 설명을 하려고 할 필요는 없다고. 앞으로 '차이니즈 뉴 이어' 퇴치에 대한 나의 투쟁 대상은 일단 그 표현 박멸 자체에 두려고 한다. (그놈의) '차이니즈 뉴 이어'란 표현만 안보고 안들어도 내 음력 새 해는 스스로 길할 예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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