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와 아이폰, 그리고?

핸드폰이 뭐길래

by 대륙의 변방

요즘 사람들이, 특히 젊은이들이 보면 나같은 사람은 구닥다리를 넘어서 원시인같지 않을까. 나는 언감생심 트렌드 세터이기는 커녕 트렌드 팔로워도 되지 못하는 종자이니까. 심지어 'old- fashioned'에 끌리고 'original'을 선호하는 사람이거든. 그러니까 신문명(?) 또는 신문물에 별로 소비자로서 반응이 신통치가 않은 사람이지. 끊임없이 물건을 만들어 내서 소비를 일으켜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보면 인류에서 도퇴되어 멸종되어야 할 변이종이 아닐까. 나아가 소비의 위축을 초래해 국가 경제를 좀먹는 반사회적인 시민상일지도 몰러.


캐나다에 오기 한참 전 13년 타던 차를 처분할 때 중고차 업체 사장님이 내게 했던 말이 기억나네. 당시 나는 018 번호를 쓰고 있었는데 둘러보면 별로 없었을 때였거든. 일을 처리하는 동안 별 말이 많지 않던 그 사장님이 조용히 있다가 한마디 하셨어.


" 뭘 통 안바꾸시는 편인가 봐요."


나는 무슨 뜻인지 단박에 알아듣고 웃음을 터뜨렸어. 아주 호탕하게. 그 후로 그 말은 내 어딘가에 새겨진듯해. 무슨 계기에도 무슨 소리야 나는 뭘 통 안바꾸는 사람이야 왜이래... 그랬던 내가 크게 한번 사는 나라를 바꾼 것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지 뭐야.


가끔씩 나의 이런 성향을 생각해보곤 해. 과연 나 본인에게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자고나면 삐까번쩍 휘황찬란해지는 세상에 시대의 흐름에 발 맞추지 못하고 발전을 못하는 요인이 될까. 뭐 잘은 모르겠지만 요즘 세상의 가치대로 하면 '있어 보이는' 데 실패한, 구린, 관심을 끌 지점은 하나도 지니지 아니한, 그런 수식이 붙을만 하지. 그중 가장 노골적인 건 '오죽하면' 일지도 모르겠어. 허허 참.


요즘 세상 사람들은 새로 물건을 장만하거나 개비하면 그걸 젤 먼저 인스타그램에 올린다면서? 새 물건을 자랑하고 싶어서 올리는 건지 그곳에 올리기 위해서 새로 물건을 장만하는건지는 본인도 모를 일일걸? 그곳에 최신의 따끈따끈한 신상품을 올리는 것은 그것을 갖출만한 구매능력을 과시함과 동시에 취향을 자랑하는 효과라는 것은 나 정도도 이젠 알만해. 그러니 바꾸지도 않고 오래전 모델을 고수하는건 분명 그 둘에 실격이잖겠어. 그치?


최근에 인터넷 신문을 보다가 흥미로운 기사를 접했어. 한 젊은 여성이 갤럭시를 쓰는 남자와는 만나기 싫다 뭐 그런 거였지. 댓글을 보니 젊은 남성들 발끈하더라? 갤럭시를 써서 저런 여자는 걸러야 겠다나. 아 요거 쫌 핵심을 파악하기가 내게 쉽지 않지. 뭐? 이거 왜이래 그게 뭐가 됐든 브랜드에 빠삭하지 않은 나도 갤럭시가 삼성 꺼고 아이폰이 애플껀지 안다 이거야. 그런데 왜 갤럭시 쓰는 남자는 싫으냐. 본인이 아이폰 좋아하니까 같은 취향을 가진 남자를 선호해서? 갤럭시 쓰는 사람들의 모임 혹은 아이폰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뭐 그런 식으로 동질성을 추구하는 건가도 생각해봤어. 혹시 아이폰이 월등히 비싼가? 댓글들을 봐서는 그 젊은 여자는 그냥 욕먹는 분위기여서 파악하기 끝내 어려웠고.


기사엔 가수 성시경의 이야기도 있었거든. 성시경이 갤럭시를 들고 있었더니 한 젊은 사람이 아저씨 취급을 해서 씁쓸했다 뭐 그런. 뭐냐고오. 사용하는 핸드폰 브랜드에 따라서 세대 갈라치기여 뭐여. 나는 그 둘과 무관하기에 도무지 느낌이 안오더라고. 뭐? 나는 뭐 쓰길래 그러냐고? 어...나는...모토롤라!

혹시 뿜었어 지금?


내가 핸드폰 바꾸면서, 그래 나 여전히 뭘 통 안바꾸는 사람 맞아 근데 전원이 안켜지니 어쪄겠어, 그래서 작년에 바꿨지. 내가 모토롤라라고 하니 우리 애들이 그러더라, 레알? 그러면서 우리 엄마 좀 심각하다는 표정을 짓더라고. 작년에 내가 한국에 가서 유심칩 사서 끼울라고 대리점에 갔을 때 내 핸드폰을 엄청 신기해 하더라고. 이게 뭐예요? 캐나다에 이런게 있어요? 라면서. 마치 부시맨이 콜라병 보듯이, 아 아니겠구나, 미국 맨하튼에 사는 사람이 어디선가 날라온 부시맨의 부싯돌을 이리저리 살펴보듯 그랬어. 거길 나오자마자 우리 애들은 거보라며 엄마의 모토롤라 사용은 결단코 옳지 않은 일이라고 우겨댔어.


얼마전 김영하 소설 '아이를 찾습니다'를 읽는데 얼마나 반가운 대목이 있었는지 알아?


윤석은 약정기간이 끝난 구형 휴대폰을 바꾸고 싶었지만 잦은 야근과 잔업으로 그럴 시간이 없었다.

최신폰인가요? 그는 점원에게 건네받은 모토로라의 매끈한 표면을 손으로 문질러 보았다. 플라스틱이었지만 마치 금속처럼 단단하고 차갑게 느껴졌다. 점원이 설명을 계속했다. 이거 한대면 다른게 하나도 필요없다니까요. 간단한 메모도 할 수 있고, 사진도 찍을 수가 있으니, 만능이죠. 모토로라 아닙니까? 세계 최고의 기술력이니까요.


신이 나서 찾아보니 소설은 2015년에 나왔더라고. 그런데 작품의 배경이 그 때인지는 모르는 일이니까 그게 언제적 명성인지는 모르지. 메모를 할 수 있고 사진을 찍을 수 있으면 '만능'인 시절이 있었구나 알게됐네. 지금의 내 모토롤라는 말이지. 그 이상이라는거! 하하하. 그러면 됐지 뭘 얼마나... 이런 생각이 날 구리게 만든다고 말하고 싶은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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