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내게 취미가 뭐냐고 묻는다면 '셜록홈즈'라고 답하겠다. 영화가 흑백으로 만들어진 시절부터 2000년대에 영국 BBC에서 현대판 버전까지 참 많이도 만들어져 왔다. 너무 오래된 버전 말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주드 로가 나오는 영화 2편과 BBC 시리즈를 보고 또 보았다. 왜 더 안나오나 갈증을 느끼며. 또한 시시때때로 셜록홈즈를 읽기를 즐겨한다. 우리집 와이파이 비밀번호는 오랫동안 sherlocked.(이것은 원작 '보헤미안 스캔들'을 각색한 BBC의 'A Scandal In Belgravia' 에피소드에 나오는 아이린 애들러의 핸드폰 비밀번호다.) 그런 것을 요즘 일컫는 말로 '덕후'라 하는가보지만 내가 그 경지에 들 것 같지는 않고 그냥 나는 많이 좋아하는 사람인 정도다.
BBC 시리즈중 2015년엔 유령신부(The abominable bride)가 영화로 만들어져 극장에서 상영한 후 이곳 캐나다에서는 2017넌1월 시즌 4의 3화를 딱 하루 딱 한번 극장에서 보여줬었다. 익숙하게 듣던 시그널을 극장에서 접할 때의 흥분을 잊지 못하고 있다. 딱 한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그 추운 평일 저녁에 기를 쓰고 극장에 모여들어 객석을 꽉 메운, 같은 것을 좋아하는 그들에게 지구적 연대감(?)을 느꼈던 기억까지.
최근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BBC이후 또하나의 현대판 셜록홈즈가 등장할 거라는. 2024년 아니면 2025년중이 될 거라는데, 나는 아직 보지 못한 역시 현대판 셜록홈즈 '엘리먼테리'의 작가이자 제작자였던 크레이그 스위니가 만들 예정이라고 한다. '엘리먼터리'가 뉴욕을 배경으로 하고 존 왓슨이 여자인 설정이었는데 이번 새로운 작품의 제목은 '왓슨'. 셜록 홈즈와는 성향이 완전히 다르지만 서로 좋아하고 호흡이 잘 맞는 파트너 존 왓슨에 초점이 맞추어진 의학 드라마라고 한다. 그런데 희귀 질병 전문가인 왓슨의 셜록 홈즈의 죽음 이후 이야기라는데 셜록 홈즈 없는 셜록 홈즈 이야기가 혹시 앙꼬 없는 찐빵이 되지는 않을까 우려스럽다.
셜록 홈즈가 취미인 나는 어떻게든 다양한 설정의 셜록 홈즈를 만나고 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면 환영인 입장이다. BBC에서 시도한 현대판 각색은 참 신선했고 원작에서 느낀 셜록의 느낌에 유머러스한 면이 보태어져서 재밌었다. 그런데 원작에서 너무 비트는 건 그리 달갑지가 않아서 나는 여자 왓슨도 받아들이지 못한 상황이다. 앞으로 다가올 셜록 홈즈의 새로운 각색 소식은 일단 내 관심은 끌었지만 뚜껑을 열어보기까지는 물음표를 가지고 기다려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