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배송'에 이어 '새벽배송', 그 다음은?
한국에서 내가 가장 자주 이용하는 온라인 쇼핑은 바로 yes24였다. '오전에 주문하고 오후에 읽자'라는 모토아래 정말 빠른 배송이 마음에 들었었다. 어느날, 택배아저씨가 건네주고 간 박스를 보고 당시 꼬맹이였던 큰아이가 물었다.
"엄마, 저거 누구꺼야?"
"엄마꺼야."
다소 실망한 눈치였는데 전에없이 왠 책 욕심? 하는데 잠시 후
"근데...엄만 총 없잖아."
"총? 없지 당연히..."
"근데 총알은 왜 샀어?"
푸하하하~ 당시 꼬맹이들 사이에 유행이던 비비탄의 총알이 바닥나 사달라고 조르는걸 위험하다고 안사주고 있었는데, 박스에 씌여진 '총알배송'을 보고 엄마가 총알을 사줬는줄 내심 기대한거다. 그때 미국이나 캐나다 등에서 진짜 총알을 온라인으로 살 수 있을까 궁금해졌던 기억까지 난다. '오전에 주문하고 오후에 쏠 수'있도록 해줄리는 없겠지 하며.
흔히 중국을 '만만디'라고 하는데 중국도 요즘엔 배송이 빠르다고 하는 글을 어디선가 읽은적이 있으니 그것도 옛날 이야기가 된듯하다. 지구상의 으뜸 '만만디'는 혹시 캐나다가 아닐까. 캐나다에 사는 한국인이 캐나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중 안빠지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느려터짐. 넓디 넓은 땅 전역에 ABBA의 노래 'andante andante'가 울려퍼지기라도 하듯 공공 서비스는 물론이고 상품의 배송도 느릿느릿 처리되는 과정을 지켜보노라면, 아니 기다리노라면 '빨리빨리'의 나라 출신 한국인들은 속터진다. 게다가 배송비가 우리와는 달리 '산간지역이나 도서지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무료도 아니고.
작년 여름 2주간의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출국 며칠 전 무슨 물건인가를 온라인 주문한후 받아놓고 출국할 요량이었는데 기다리다 결국 못받고 한국에 와서 잊어버리고 있었다. 2주의 시간이 흐르고 출국을 바로 앞두고 yes24에서 책을 주문했는데 바로 다음날 배송이 시작되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한국특유의 'e빠른 세상'의 일상속에 또다른 메일 하나를 받았다. 약 2주전 캐나다에서 구매한 물건의 배송에 관한.
'Your shipment is on the way.'
다음날 또하나의 메일,
'Your shipment has been delivered.'
자, 배송 track을 한번 살펴볼까나.
order confirmed Aug.16
on its way Aug. 31
out for delievery Aug.31
delivered Aug 31
2주간은 도대체 뭘 한걸까.
빠른 것에 자부심을 느끼지도, 느린 것에 화병 걸리지도 않는 내 눈에 어느날 참 놀라운 광고 배너 하나가 들어왔다.
배송업무를 3교대로 운영하기라도 한단 말인가. 아니면 배송에도 '응급' 시스템을 운영하는 건가. 어쨌거나 배송업무를 밤새우며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 아닌가. 어떻게 이게 가능하지? 하는 의문과 동시에 드는 의문은,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할 이유가 뭐지? 빠르면 빠를수록 과연 우리의 삶의 질은 좋아지는 걸까.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따라오는 것은 조금만 느려도 못견뎌지는 현상외에 뭐가 있을까. 너무나 급해서 밤에 주문해서 새벽에 받아야 할 일이 있을 수도 있다. 초초특급 배송에 따른 쎈 배송비를 지불하게 되어 있다면 그건 하나의 다양한 대고객 서비스의 하나라고 이해하겠다만 그게 아니라면 '새벽배송'을 살기 편하다고만 여길 수 있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상식적으로 납득할만한 조건에서 이루어져야 않을까. 어디서건 우리가 그리도 좋아하는 '경쟁력'있는 배송의 미래는 마치 '탁치니 슝~하'고 배달이 되어오는 세상일런가.
안빨라도 좋으니 이 먼 곳에서 온라인으로 책을 구매할 수만 있어도 얼마나 좋을까. 입맛 당기는 신간이 있어도 책값보다 비싼 배송비에 몇 번을 카트에 담았다 뺐다 하게 되는지. '새벽배송'에 괜한 반감이 드는차에, 배송비가 아까워 읽고싶은 책을 배편으로 주문해봤다. 60일정도 걸린다고. 가을에 주문해서 겨울에 받을참이다. 오는동안 해가 바뀔지도 모르고. 나의 책들은 태평양 어드메쯤 지나고 있을지, 느긋한 가운데 가끔 떠올리면 소소하게 즐거워지는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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