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성난 사람들'

by 오리진

지난 2023년 큰 인기를 끌었던 미국 드라마 'beef('성난 사람들'이란 제목으로 넷플릭스에서 방영되었다)가 떠오르는 사건이 최근 미국에서 있었다. 드라마의 내용은, 툭하면 분노가 치미는 성미탓에 길에서 마주쳐 티격태격하던 두 운전자가 끝까지 쫓아가 응징하는 이야기다. 흔히 쓰는 우리말 표현으로 '꼭지가 도는' 상황에서 치솟은 화를 가라앉히지 못해 인생을 바꾸어 버리는 일을 저지르는 일은 이렇게 허구의 코미디 장르에서만 나오는게 아니라는 것을 세상소식에서 자주 접한다.

BEEF.jpg


사건인즉, 미국의 한 쇼핑센터에서 40대 여성(사건당사자 1)이 뒤에 오는 20대 여성(사건당사자 2)에게 문을 잡아줬는데 고맙다고 안해서 그것을 지적하고 다툼이 있었다. 사건당사자 1이 자리를 떠나 차를 타고 다른 매장으로 이동했는데 사건 당사자 2가 뒤쫒아가 매장에서 한바탕 싸움을 벌이고, 사건 당사자1과 함께 있던 지인이 옆에 있다가 사건 당사자 2에게 왜 그러냐며 손찌검을 하자 사건 당사자 2는 더욱 열받아 총을 꺼내들고 1에게 총 세 방을 쏴서 죽였다.


사건의 발단이 된 문 잡아주는 문제에 대하여. 지난 9월 한국에 방문해서 2주간 머무는 동안 어딘가 출입을 할 때마다 신경 쓰였던 부분이다. 이번에도 확인한 것은 여전히 한국에서는 다음 사람이 올 때까지 문을 잠시 잡아주었다가 넘겨주는 방식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유동인구가 많기 때문에 거의 줄줄이 이어지는 데에도 좀처럼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을 겪었다. 그냥 이것도 'K-컬쳐'(?)이려니 하고 말았지만 문을 지나갈 때면 번번이 신경이 쓰이곤 했다. 나만 어정쩡한 꼴로 있으려니 영 편치 않았던 것.


그냥 아예 안하는 걸로 되어 있으면 그것도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문을 잡아주는 문화권(?)에서는 좀 멀찍이 사람이 올 때도 잡아주고 서 있으면, 상대편에서는 그냥 놔두고 가도되는데 하며 미안해서 문을 향해 빠르게 도달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니까 그것도 부담되서다. 잡아주는 입장에서도 어느 정도까지 컷 해야 하나 신경이 쓰여서 또 그렇다. 그냥 한국에서처럼 '지문지열'(자기 문 자기가 열고 그 뒤는 알바없음) 식이면 차라리 편할 것 같긴 하다. 단, 철저히 몸에 밴다면.


자, 그럼 다시 사건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이것이 문 잡아주는 관습 때문에 발생한 일일까. 그것은 아닐 것이다. 자기는 친절을 베풀었는데 인사를 안하면 그런가보다 할 수도 있을텐데 그것에 대해 꼭 지적질을 하고야 마는 성질머리가 문제가 아닐까. 만일 반대였으면 문을 안잡아줘서 내 코앞에 문이 휙하고 닫히면 그것가지고도 시비를 걸었을테니까. 그러니 총을 맞아도 싸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남에게 한마디 들어서 기분 나쁘고 화가 난다고 쫓아가 총으로 응징을 한 것은 말할 것도 없는 일이고.


화를 말할 때 흔히 하는 말인, '참을 인 자 세 개면 살인을 면한다'는 속담과 함께 불교에서 말하는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어라'라는 가르침을 새긴다면 복잡한 세상사 시끄러움이 줄어들텐데...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케이 뭐시기' 전성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