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기저기 갖가지 'K-'를 보고있다. K의 원조는 단연 팝이었다 'K-POP' 으로 시작되어 통용되면서 정착하는가 싶자 그로부터 확산되기 시작해 K-드라마, K-무비가 뒤따르는가 했더니 지난 팬데믹 때는 K-방역이 등장했다. 이제는 세계인에게 알려지고 칭찬을 받거나 인기를 끈다 싶으면 자연적으로 따라붙는 일종의 접두어(prefix)가 된지 오래다. K-푸드, K-뷰티, 그 확장세는 전방위로 내가 이제껏 본 것으로 'K-장녀'가 가장 특이해서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매사 조금 그러다마는 법이 없이 너무 가는 경향이 좀 있지 않던가.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
는 속담을 아낌없이 활용하는 경향 말이다. 지난 2023년 빛좋은 개살구 격으로 엉성하게 준비되었다고 비판받은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행사에서 의료진 유니폼에는 'K-medicine staff'라고 씌어있었다고 한다. 이게 과연 무슨 뜻인가? 동의보감에서부터 유래되어 온 우리만의 의료방식을 펼치기라도 한다는 뜻인지.
언론 등에서 시선을 끌기 위해 마구잡이로 붙이거나 마치 센스있는 양 정치인들이 앞서서 말을 마구 만들어대는 통에, 싫증을 느끼는 사람은 나뿐 아닌가 보다. 이제는 역으로 조롱하는 의미로도 쓰인다고 한다.
얼마전 로버트 파우저의 '케이의 남발'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흥미로운 칼럼을 읽게 되었다. (한겨레 신문 9월11일자) 'K-헤리티지'라는 말을 본 적이 있다고. 한국 전통문화를 의미하는 것이라 짐작은 되지만 언어적으로 잡탕인 현상에 대해 비판하고 있었다.
필자는 이러한 케이는 모호함을 넘어서 언어적인 오염처럼 보인다며 한글의 우수성에 견주어 격에도 맞지않는 케이의 남발을 그만두기를 권고했는데 나는 격하게 공감했다. 김훈 작가가 일컬은 바대로 가히 '케이 뭐시기' 전성시대다.
한편, 케이가 날로날로 뻗어나가던 어느날, 나는 이곳 캐나다에서 한 커피 광고를 보았다. 길거리에 세워진 입간판에서도 본 적이 있었던 것을, 온라인에서도 보았을 때 깜짝 놀랐다. '커피공화국'이라고 불리울 만큼 한국인들의 커피 사랑이 지극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커피를 재배하지는 않는데 'K-커피'라니?
K-cup은 알고보니 한국에서 부르는 '캡슐커피'를 말하는 것이었다. 커피 메이커에 넣는, 작은 용기에 1회용의 커피가 추출되도록 갈아진 커피가루가 들어있는 커피 일컫는 말이었다. K는 커피 메이커를 만드는 Keurig 사의 이니셜이 아닐까 짐작된다. 이름하여 K-착각?
집 가까운 곳의 편의점이 문을 닫는가 했더니 어느날 새로운 간판이 걸렸다. 그 앞을 지나가다 보니 슬쩍 보니 상호가 'K-good store maket' 나는 보자마자 여기에 한국식품점이 생겼구나 했다. 당시 한국식품점이 좀 멀어서 쉽게 가지 못하던터라 아주 잘되었다 싶었고 벼르고 있다가 어느 날, 김치를 담그기 위해 액젓을 사러갔다. 가게 안에 들어서니 간판만 새로 달았을뿐 내부는 여느 편의점과 다를게 하나도 없었다. 예상대로 한국인인 주인은 나를 보자마자 한국인인 것을 담박에 알아보고는 환한 미소와 함께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왔지만, 내가 찾는 액젓은 없었다.
뭔가 사기를 당한 억울한 기분으로 그냥 나왔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그 주인은 잘못한게 하나도 없지 않은가. 그가 한국식품점 사칭을 한 것도 아니고 그의 점포가 짝퉁인 것도 아니다. 가게의 안과 밖 어디에도 '한국식품점'이란 이름표를 달고 있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단지 간판에 있던 'K'를 보고 내가 짐작을 넘어 확신을 한 것뿐. 순전히 'K-오해'를 한 내 탓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