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21일
생일날을 맞았다. 구글에서 제일 먼저 축하 메세지를 보내주는 세상에 나는 살고있다.
나이가 들수록 생일을 맞는 일은 무덤덤해지기 보다 오히려 기쁜쪽에 가깝다.
나는 어떻게 해서 세상에 존재하게 되었지 헤아리면 답은 없이 그냥 경이롭기마져 한 기분이 아주 잠깐 든다.
나는 누군가에게서 나서 또 생명 둘을 만들어냈다. 생명 가진 이로서 할 일을 한 셈이 아닌가.
그리고 몸과 마음이 그럭저럭 멀쩡하게 기능하고 있다.
무엇보다 화가 머리 끝까지 올라 폭발하는 일 없이 살고있다면 잘 살고 있는거 아닌가.
누군가 미워죽겠는 이를 두고 이를 부드득 가는 일이 없다면 원만한거 아닌가.
너무나 괴로운 일을 두고 잠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일 없이 잠들고 일어나는 일을 하고 있다면 편안한거 아닌가.
밥벌이 하는 일을 그럭저럭 좋아하고 때론 인생을 배운다는 생각마저 든다면 그또한 행운이 아닌가.
여가 시간이 충분하진 않지만 그 시간을 순전히 내 뜻에 따라 쓸 수 있다면 족한거 아닌가.
죽어도 꿈쩍않는 중년뱃살 생각해서 자발적으로 굶주릴지언정 끼니 못이을 궁핍이 없다면 그또한 감사할 일아닌가.
어느 지혜 깊은 선각자 말마따나, 내가 원하는 만큼은 아니지만 이만하면 괜찮은 사람 아닌가.
이만하면 괜찮은 삶이 아닌가.
살아보는거지. 또 한바뀌 돌아 나이테 하나 더 보탤때까지 살아보는거다. 새롭게.
앞으로 살면서 못볼꼴을 더 볼지도 모르지만 나의 연륜과 함께 지혜롭게 잘 보아내는 비법이라도 터득이 될지 누가 알겠는가. 다만 살아보는 수밖에.
살자 살자. 죽은듯이 말고. 그저 살던대로가 최고라 말고.
이만큼 살았으니 다 안다 여기지 말고.
겪어서 아는 것이든 줏어들어서 아는 것이든 강건너 불구경 통해 아는 것이든
어쭙잖은 알음알음은 가라.
생일날, 나의 생명됨을 살펴 보련다. 기꺼이.